다른 사람에게 나를 잘 어필하고 싶다. 사회에서 더 나은 기회를 얻고, 원하는 관계를 맺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드러내는 건 여전히 민망하고 조심스럽다. 괜히 잘난 척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굳이’ 드러내기보다는, ‘겸손’하게 구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늘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남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 자기 확신이 느껴지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설명할 때 거창한 포장을 하지 않는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그간의 경험과 배운 것들을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굳이 꾸미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잘난 척하는 사람은 느낌이 다르다. 자기 아이디어를 과시하며, 화려한 비전을 덧붙인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노력을 가볍게 여기거나 깎아내려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 역시 타인에게 말할 때 더 근사하게 포장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있는 그대로 얘기하기엔 부족하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그렇다고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숨기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내 문제는 부족하게 보일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근사하게 포장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더 멋지게’ 꾸미는 것보다, 내가 가진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믿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지금껏 해온 일들을 찬찬히 돌아보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영어를 중심으로 참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국에서 방송 코디로 일하며 섭외와 인터뷰 통역을 했고, 국내 직장 생활 중에는 수출에 필요한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상품 판매에 필요한 리플렛, 웹사이트, 영상 콘텐츠와 같은 홍보물 번역을 담당했다. 또한, 방송국에서 외신 번역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기업 통역과 번역을 했다.
경험이 조금 쌓여서였을까. 최근에는 국내 번역 에이전시 샘플 테스트에 합격해 계약서 작성을 앞두고 있고, 다음 달에는 내 전공을 살린 K-Food 수출 통역을 맡게 되었다.
이렇게 돌아보니, 나는 나만의 전문성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경험을 쌓아오고 있었다. 물론 업계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들에 비하면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부족하다고 해서 내 경험을 과장할 필요도, 숨길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안다. 부족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내가 쌓아온 것들의 힘을 있는 그대로 믿으면 된다.
부족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단단함’이고,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당당함’이 아닐까. 이제 나는 나를 더 이상 과장하지도, 숨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내가 걸어온 길을 믿고, 앞으로도 차근차근 정진하면 된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는 더 당당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