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품은 꿈과 다짐은

여전히 이어진다 (2020년도 4월에 쓴 글)

by 도라해

드라마 작가는 여러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이는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며 소통의 창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타인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웃음과 눈물 등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보여줌으로 인해서 때때로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어 준다. 이러한 점에서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은 내 마음을 움직였고, 이를 직업으로 꿈꾸게 되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드라마 작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많은 꿈들을 지나왔다. 중학생 때까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헤어디자이너, 그림을 그리는 직업 등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부모님께 실기 학원을 보내 달라 말을 해 봤지만, 집안 사정상 그런 분야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 돌아왔다. 슬펐지만 고집부리지 않고 쉽게 단념했다. 시작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포기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언젠가는 기회가 생길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어떤 것을 포기했어도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을 고등학교 3년 동안 글을 읽고 쓰며 배웠다. 십 대의 나는 사람과 세상이 복잡했고 스스로가 어려웠다. 소심했고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택한 것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숨 좀 쉬어보겠다고 도피처로 선택한 것이었는데 여러 사람들로부터 나의 글을 인정받고 칭찬을 받기 시작했다. 점점 글을 쓰는 일에 흥미를 붙였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게 지속됐으면 좋았겠지만 지원한 모든 문예창작학과에 떨어지면서부터 또다시 위축되기 시작했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잠시 뿐이었다. 재수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는 칭찬도 있었지만 많은 비판과 평가가 일상이었다. 이런 평가들에 신물이 났고 스스로를 갉아먹었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외면받는 느낌이 들었다. 남들과 끝없이 비교했다. 모두가 나보다 잘나 보였다.


이런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처음으로 드라마 대본을 쓰던 때부터였다. 3학년 2학기 때 드라마 쓰기 수업을 들으며 내가 진짜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계속해서 글을 쓰려면 나에 대한 확신이 먼저가 되어야 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끝없이 흔들리다가는 영영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졌다. 결과보다는 글을 쓰는 과정에 집중하며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졌다.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뭐가 그렇게 두려웠는지, 그 많은 물음에 대한 답은 결국 또다시 글을 쓰며 찾았다. 힘들었을 때 어느 누구보다도 책 안에 글자가 더 위안이 되었던 적이 많았고, 의지했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조금의 위안이 될 수 있는 그런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기도 했다. 내 글을 읽고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 준 사람들이 고마웠다. 그런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 모든 것들을 잊고 대학에서 듣는 신랄한 평가들에만 집착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한 시간 분량의 단편 드라마를 써내며 그 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들었던 다른 전공 수업들도 흥미로웠다. 여전히 때때로 비판을 받았지만, 다르게 느껴졌다. 그들의 날카로운 말속에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들려왔던 것이다. 그걸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나는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의 변화였다. 타인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에게 집중하자 오히려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넓어지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드라마 작가가 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공모전에 당선이 되거나 드라마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으며 쓴 대본이 피디나 제작자의 눈에 들어 제작되는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 일단은 공모전을 꾸준하게 준비할 생각이다.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없다. 꾸준하게 내 속도대로 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만나 이런저런 과정들을 겪다 보니 한층 더 내면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종강하고 난 뒤에 스스로 쓴 드라마를 퇴고해서 공모전에 제출했다. 어렵고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이 행복했다. 앞으로도 그 행복한 일들을 해나가려고 한다. 이 글은 드라마 작가가 희망직업인 사람의 입장에서 썼지만, 언젠가는 직업이 드라마 작가인 사람으로서 글을 쓰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나는 꾸준히 노력하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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