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현실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낭만에도 돈이 필요하다.
내 삶에 또 다른 작별. 첫사랑과의 이별. 첫 애인과는 현실적인 문제와 성격차이로 이별했다. 헤어지기 전에도 몇 번이고 이별을 다짐했는데, 막상 이별의 순간이 오니 마음에 지진이 났다. '붙잡을까? 아니, 우리는 헤어지는 게 맞아. 이 사람 없이 사는 게 얼마나 힘들까? 힘들까 봐 다시 만나는 게 맞나?' 정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서 울었다. 나의 긴 울음을 시작으로 우리가 함께한 추억에 천둥이 치고 거센 비가 내렸다.
그와의 연애는 시작부터 힘듦이 예고되어 있었다. 그는 돈이 없었다. 부족하게 버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없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했을 때도, 그가 내게 고백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웃으며 "내가 모아둔 돈이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기준 많은 돈은 고작 몇백만 원이었고, 그 돈은 정확히 사귄 지 3개월이 지나고 증발되었다.
한 순간에 돈이 사라지니 미래가 막막해졌다. 돈이 연애를 하는 건지 연애가 돈을 하는 건지.. 나는 살면서 이렇게까지 돈이 없었던 적이 처음이기도 했어서 굉장히 멍했다. 하지만 나까지 돈이 없으면 우리는 정말 끝이었다. 애초에 장거리라 돈 없이는 만날 수 조차 없기에 돈이 필요했다. 나는 급한 대로 비상금을 충전하고, 주식을 팔았다. 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돈이었지만, 그때만큼은 그와의 만남이 가장 중요했다. 당장 내일이 불안해도 그와 행복하게 만나고 싶었다. 이미 애인은 내게 미리 돈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걸 알고도 그와의 만남을 시작한 것이기에, 돈의 책임은 오롯이 내 몫이라 여겼다.
돈으로 인해 살면서 처음으로 관계의 책임자 포지션을 가졌다. 그는 내게 그 포지션을 주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 무게는 가장의 무게만큼 많이 버겁기도 했다. 내가 3년 동안 모은 아르바이트비가 다 사라지고, 고등학교 때부터 모았던 적금이 사라졌다. 나는 그때부터 합리화를 시작했다. 마냥 '남자에게 돈 다쓰는 여자'가 되기 싫은 마음에 우리 관계의 내가 더 많이 투자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자연스럽게 나의 주식이 되었다. 나는 이 관계가 어떻게 될지, 재무제표도 분석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올인한 책임 주주가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