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독성물질로 인한 비극을 넘어설 수 있을까?
빨리빨리의 민족답게, 우리는 일찍부터 학생들에게 화학을 가르쳐야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동소체 및 분자구조에 대한 화학개념들이 우리 교육과정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 통합과학
- 옥텟규칙
- 공유결합
- 동소체
고등학교 2학년 : 화학1
- 공유결합
- 루이스 전자점식
- 전자쌍 반발의 원리
- 분자구조의 다양성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동소체 개념을 통해 독성물질의 대체재를 상상할 수 있고, 고등학교 2학년은 분자구조에 대한 이해로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화학을 배운 우리 아이들은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구분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도 간단한 분자구조를 이해하고, 동소체를 구별할 능력이 있습니다. 정말 그런지 수능문제로 확인해볼까요?
X의 특징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면체 모양으로 공유결합을 한다
(2) 매우 단단한 물질이다.
아까 저희가 다뤘던 다이아몬드의 성질과 일치하네요. 따라서 물질 X의 정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백린의 독성을 설명하기 위해 예시를 들었던 다이아몬드 그림이 기억나시나요?
정사면체의 각 꼭지점이 공유결합으로 연결되면 오른쪽과 같은 결정구조가 나옵니다. 이 결정구조의 모양은 1번 그림과 같네요? 따라서 물질 X의 결정구조로 가장 적절한 답은 1번 입니다.
축하합니다! 동소체를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셨군요! 동소체 개념을 깨달은 여러분은 독성물질의 대체 물질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성취는 작은 한걸음이겠지만, 어쩌면 우리도 유럽처럼 독성물질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정체를 모르던 독성물질이 원인이었습니다. 영국에 본사를 둔 화학기업이 만든 PHMG란 물질은 세균 및 곰팡이 뿐만 아니라, 인간 세포를 죽이는 물질이었습니다. 영국 화학기업이 만들었기 때문에, 유럽사람들도 우리처럼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의 위협은 유럽을 비켜나갔습니다.
독성물질을 막아내는 능력의 차이로 우리와 유럽의 운명이 갈라집니다. EU REACH제도로 독성물질을 예방하던 유럽에서는 영국의 회사가 PHMG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정도로 강력한 독성물질 예방제도가 없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PHMG와 같은 독성물질들은 성냥에 들어간 백린처럼 우리를 죽이는 물질이었습니다. 백린으로 죽어가던 소녀를 버리던 과거와는 달리, 우린 수많은 조사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구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극이 시작된 지 28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독성물질은 대체되지 않은채, 우린 누가 책임질 것인지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끼리 서로 싸우는 것만으로 독성물질 문제가 해결될까요? 화학 지식을 통해 성냥팔이 소녀의 비극을 극복한 유럽사람들처럼, 이제 모두가 화학을 공부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