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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호 Jun 04. 2023

틀밭에 꽃을 함께 키우자

야채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edible) 꽃이다. 바람개비 모양의 열무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배추, 유채 꽃도 아름답다. 별 모양의 부추꽃 동글동글한 파꽃 등 채소도 예쁜 꽃을 피운다. 채소 꽃이 만발한 정원에 꽃을 함께 키우면 정원은 아름다운 화원이 된다. 아침에 나와 틀밭을 볼 때 나의 마음은 향기롭다.


독일인들의 클라인 가르텐(소규모 가든)을 보면 모두 꽃을 곁에 두고 키운다. 악착같이 채소만 키우는 우리네 습성보다 여유롭다. 독일에서는 100여 년 전부터 도심 속 작은 정원이 확산됐다. 쿠바의 틀밭과 마찬가지로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었지만 지금은 최고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100만 개의 작은 정원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네 텃밭보다는 규모가 좀 더 넓은, 농막이 있는 도시농업의 산실이다. 나는 독일에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자료를 통해 본 클라인 가르텐의 꽃이 만발한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모든 채소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함께 모여서 이웃사촌이 되어가는 생태공원의 역할도 충실하게 하고 있다. 


국화과 메리골드는 해충 기피식물로 유명하다. 살충성분이 있어 해충들을 쫓아내는 기능을 한다. 텃밭에 함께 심으면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진딧물을 예방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꽃은 보아서 즐거울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효과도 있다. 


채소 없이 꽃만 키우는 정원을 보면 사치스럽다. 장미만 예쁜 것이 아니라 배추꽃도 아름답다.

자기 땅에 장미를 심든 호박을 심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나 방송에 출연하여 "예쁘다" "행복하다"는 오버액션을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


"꽃들의 정원으로 가지 말아요.

친구여 거기 가지 말아요.

그대 안에 꽃들의 정원이 있답니다."


그대 안에 더 아름다운 꽃의 정원이 있다고 말하는 카비르.

텃밭의 여백에 꽃을 두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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