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하늘 좀 봐!
요 며칠 울적함을 떨치고,
오늘은 맑은 하늘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파란 하늘 그리고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오늘처럼 맑은 가을날,
부모님과 단 한번 가보았던 지방의 놀이동산은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그 한 번의 추억이 우리가 아는 대형 놀이동산이었다면,,,
또 그 추억이 한 번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해보곤 한다.
"좋아, 오늘은 놀이동산에 가자! 얘들아 일어나~!"
봄. 설렘 그리고 선택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렌다.
아이들은 여행을 떠나는 길 차 안에서는 항상 잠드는 법이 없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인기가 있는 "후룹 라이드"를 타기로 했다.
"사람들이 가장 적을 때 타야 해! "
사람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처음부터 선택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놀이동산은 딱 두 개 놀이기구를 타고 힘들기 시작했다.
힘이 있을 때 바쁘게 이것 타고 저것 타려고
이리 뛰어다니고 저리 뛰어다녔다.
놀이기구 꼭대기에서 느낀 기분은 짜릿했다.
아래로 내려다 본 시선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작게 보인다.
2~3분 남짓 잠깐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저렇게 오랜 시간을 참아왔을까?
여름. 더 많이 더 높게
요즘 대형 놀이동산에는 패스(pass)가 있다.
매직패스, Q패스, 루나패스 등이 있는데,
간단히 말해 돈을 내면 기다리지 않고 빨리 탈 수 있는 특혜 같은 것이었다.
놀이동산이
놀이돈산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아이들과 순수한 동심으로 접근한 놀이동산이 사실은 자본주의 인생의 축소판임을 실감한다.
특히, *데*드 는 매직패스는 이렇다..
모든 입장객에게 3장씩 주어지는 이 매직패스는 매 15분마다 미리 예매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줄을 서있는 와중에도 다음 놀이기구를 예약해야 했고, 심지어 놀이기구를 타거나, 밥을 먹는 중에도 네이버 시계 알람을 맞춰놓고 예약을 걸고 있었다.
후룹라이드 탈 때는 바이킹을 예약하려고 애썼고,
바이킹 탈 때는 혜성특급 예약하려 애쓰고,
점심 먹을 때는 점심 먹고 탈 놀이기구를 예약해야 했다.
문제는 그 날 놀이동산에 온 수만 명의 입장객이 모두 다 그렇게 행동하니 아무것도 제대로 예약이 되지 않고 "예약마감" 뿐이었다.
매직패스는 예약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매직을 선보였다.
결국 나는 오후 내내 휴대폰만 들어다 보았을 뿐
매직패스로 예약할 수 있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놀이동산에서도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계속 다음 놀이기구만 찾는 모습이 꼭 우리네 인생 같았다.
다음에 꼭 타자 알겠지? 다음에 꼭 사자 알겠지? 다음에 꼭 만나자 응?
우리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숨이 막히는 놀이동산의 한창 시절 여름이 그렇게 지나갔다.
가을. 시원한 바람과 양 손 가득 아이들 손
내가 좋아하는 삼프로 tv 에서 한 사연이 생각난다.
사연의 주인공은 대기업 20년 차 부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였다.
본인이 판 서울 아파트는 3배가 올랐지만, 그 돈으로 투자한 경기남부 아파트는 3천만 원이 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은 전세에 살고 있다고, 벼락거지가 되었다고 괴롭다고 했다.
이해도 되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대적 행복의 박탈감.
남들 타는 놀이기구가 높이 올라간다고 부러워하다가 행복은 요원해질 수 있다.
시간이 2시 30분쯤 됐을까?
무대에서 시작된 공연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 만나 ~♪
홍차와 냉커피를 마시며, ~♪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듣다가 온다네 ♬"
그대 그대 대박 대박
<10cm,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그대 그대 대박 대박
순간 깨달았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우리는 놀이동산 안에 있었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는 늘 내 삶에 허덕였다.
언제나 만족을 몰랐다.
분명 즐거워야 할 일인데도 그 안에서 또 고통을 찾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들어가고 싶어 했던 회사였나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공부가 아니었나
그리곤 내 양손 가득, 아이들의 손이 느껴졌다. 따뜻했다.
겨울. 재방문 의사 있음.
어찌 저찌 저녁 때가 다가와 갈 무렵,
차는 막히지 않는지 이제는 돌아갈 걱정을 한다.
또 다음 걱정인가
오늘 탄 놀이기구도 되돌아보고,
가장 재밌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저마다 종알대는 시간을 갖는다.
그래도 재밌었지?
재방문 의사가 있나요?
"네~!"
집에 갈때 되니 알게 되었다.
내가 여기서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난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남들보다 놀이기구를 더 많이 타고, 더 높게 올라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가을바람, 하늘 그리고 우리들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보내고 돌아간다.
어쨌든 우리는 "인생이라는 놀이동산"에 와있어요. 지금 같이 손 잡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