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종이도 날 수 있다
날 수 있을까?
구겨진 종이로 비행기를 접었다.
날 수 있을까? 글쎄...
일단 해보자!
우리가 다시 날 수 있는 이유
1
아, 이제야 좀 가볍네.
이상하게 구겨진 종이가 더 가벼워. 왜지?
그리고 더 부드럽잖아. 말해 뭐해, 화장지 없어서 종이 비벼본 적 있지 않아? :)
너 가방에 뭘 그렇게 많이 넣고 다니냐?
내 가방에는 혹시 시간이 남으면 볼 책들, 운동하려면 운동복, 배고플 때 먹을 간식, 다이어리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누가 나에게 물었다. "정 과장, 출장 가나?"
아니요, 제 욕심을 가득 넣고 다닙니다.
늘 우리는 조바심이 난다. 남들보다 많이 가져야 할 것 같다. 뭔가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다. 그래서 빨리 많이 하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저마다 자기 역할을 가진 전문가를 원한다. 그래야 모든 일을 나눠서 할 수 있고, 사회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것은 빨리 해내겠다는 욕심과 주변의 부담뿐이다.
가방을 메면 일단 춤이 잘 안 춰진다. 인생은 춤인데 말이지, 즐겁기가 어렵네.
가방이 무거우면 절대 빨리 달릴 수도, 멀리 갈 수도 없다. 인생이 달리기라도 그렇네..
생각했던 데로 되지 않았을 때가 있다. 아니, 사실 대부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떤 일은 심하게 망작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일은 대충 했는데 시기를 잘 타서 대박이 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망작도 만들어 낼 수가 없다는 거다.
뭐든지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요즘 뜨는 일론 머스크도 이렇게 말했다. "실패하고 있지 않다면, 충분히 도전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사실 난 성공이나 실패라는 말 둘 다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뭐가 성공이고 실패란 말인지.. 남들이 좋아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2
뭐야, 온통 성공 투성이잖아.
구겨진 삶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
뭔가 시작부터 길을 잘못 들은 느낌이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인사 잘하고 성실히 직장 생활했는데 말이다.
너덜너덜 해진 마음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구겨진 마음을 다리미로 쫙 펼 수 있을까?
(아마 그래서 요가를 시작했는지 모른데 좀 펴보라고)
내 삶은 구겨진 삶인가? 그럼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가?
그 친구 성공했어! "She is successful!"
SUCCESS-FUL
성공(SUCESS)이 가득 차 있다.(FULL)
애초부터 큰 일을 해냈다고 성공적인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작은 성공들을 쌓았다면 그 삶은 누구나 success가 full 한 삶이다.
힘들었지만 두 발로 걷는 데 성공했고,
두 발 자전거를 타는 데 성공했다.
학교에 엄마 손을 잡지 않고 가는데 성공했고,
12년을 그렇게 꿋꿋이 다니는 데 성공했다.
오늘도 터질 것 같은 지하철을 맨 마지막으로 타는 데 성공했고,
부장님의 잔소리에 말대꾸를 안 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엄마의 성공이었고, 우리 아빠의 걸작이다.
우리 삶은 온통 성공 투성이다.
언제나 성공은 우리 삶을 따라다닌다.
우리는 모두 성공한 사람들이다.
성공의 DNA 가 고스란히 우리의 종이에 담겨있다.
모든 것이 당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기억하라.
비행기가 나는 데 필요한 것은 '바람'과 '날고자 하는 의지'이다.
종이의 종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종이가 구겨졌다다면 다시 피면 되고,
젖었다면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햇빛에 말리면 된다.
우리에 주어진 단 한 장의 종이
사실 굳이 비행기를 접지 않아도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