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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May 17. 2021

처음 바풍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바풍 = 슬라임으로 만드는 바닥풍선

당신은 태어나서 오늘 처음으로 한 일이 있나요?

어렸을 적에는 뭐든 처음이었다.

기억나진 않지만,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보았을 때 아마 세상은 눈이 부셨을 거다. 그 뒤로는  궁금한 것들 투성이었다.


처음 두 발로 걷게 된 순간, 그 짜릿한 쾌감을 잊을 수 없어 웃었다. "어이구 잘한다"를 남발하며 부모님이 기뻐해 주던 그때 넘어져도 일어서고 달리고 또 넘어졌다.


처음으로 학교에 간 날의 두근거림,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옆에 앉은 친구와의 첫인사 새로 받은 빳빳한 교과서의 감촉. 그리고 두 발 자전거가 처음으로 균형을 잡으며 힘차게 달리던 순간 그 짜릿함이란


오늘은 어제와 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매일  반복된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늘 가던 길로 늘 같은 회사에 간다.


늘 같은 사람들과 마주하며, 일을 한다.

회사에 올 때와 같은 길로 같은 집에 돌아간다.


내일은 뭔가 신나는 일이 있기를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나이를 먹는지도 모르고, 문득 정신 차려보니 10년이 훌쩍 가있었다.

"기계와 같이 하루를 살아온 사람은 팔순을 살았다 해도 단명한 사람이다."                                  《피천득의 장수》



난 오늘 새로운 길을 걸었다. 단명하지 않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랄까

멀리 돌아가는 길이지만 왠지 그 길이 가고 싶어 보였다.


늘 가던 길에 왼쪽에 넓은 들판이 있다. 눈이 확 트이는 초록 들판인데 요즘에는 민들레가 듬성듬성 피어 봄을 느끼게 한다. 나는 매일 왼쪽인 그 들판을 바라보며 걸었다.

하지만 오늘은 용기 내어 오른쪽을 바라보며 걸었다. 처음 보는 풍경에 새로운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쳤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시작이었다.


그러고 나서 문득 오늘 처음으로 하는 일이 궁금해졌다.


인생은 한 권의 책을 쓰는 것과도 같다.
늘 같은 페이지에 글을 겹쳐 쓰지 말 것


아이들과 처음으로 바닥풍선 만들기


아이들의 도움 없이 난생처음으로 슬라임으로 바풍(바닥 풍선)을 만들어 보았다.

두렵지만 도전했고 성공했다. 정말 신기했다.


아이들의 얼굴에 천진난만한 웃음이 보인다.

오래간만에 본다. 아니 처음 본다.

저렇게 해맑은 웃음


아내와 늘 가던 등산로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길을 처음 가보았다.

내가 가자고 했다. 아내는 그러자고 했다.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냥 옆에 있어서 고마움.


오늘은 결혼 13년 만에 처음으로 취나물을 해 먹었다. 건조 취나물은 물에 하루정도 불렸다가 먹거나 20분 이상 삶아서 먹어야 했다. 담백한 깻잎 맛이랄까? 아이들은 취나물을 생각보다 좋아했고 나도 좋아했다.

아내는 아이들도 새로운 반찬, 처음 해주는 반찬을 좋아한다고 했다.


처음으로 기차를 기다리며 몇 가지 요가 동작을 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고, 그래서 의식할 필요도 없었다. 마음이 개운해졌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 속에서 찾는 새로움


하루 종일 처음 한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내 삶은 어제와 같지 않음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첫 경험들에서 삶의 재미가 느껴졌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모든 것이 새롭다면 얼마나 낯설고 피곤할까?

모든지 새로웠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던 날 기대도 되었지만 긴장도 되었던 그날

부모님 없이 혼자서 서울 학교에 가고, 기숙사에도 가서 을 풀었던 그 외로움

부모님을 뒤로 한채 군 훈련소로 뛰어들어가던 그 순간


어찌 보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모든 순간들은 다 처음이다.

지금 나의 몸상태, 마음 상태애 서 어제와는 다른 공기가 내 몸속으로 들어간다.


어제 들었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이 나를 채우고 있는 오늘

어제보다는 좀 더 자란 어휘력이 많이 늘어난 아이들

우리는 순간순간 처음을 맞이하며 산다.

우리 딸,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서툴러도 이해하렴
  어, 그래? 나도 딸이 처음이라 말이 잘 안 들어져 이해해


괜찮아요 다들 처음 살아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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