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경문 Jul 22. 2021

100년 동안의 여름휴가

인썸니아가 준 감사한 새벽 글

인생에 소중한 기회는 우리가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승진 누락과 그 이듬해 연말의 ABCD 평가는 나에게 진지하게 가르침을 주었다.


겨우 마흔이 다 되어 이른바 "아재"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자, 난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진지하게 배웠다.

노력 = 성공

이라는 방정식도 결국은 나 스스로 만들어낸 "관념"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찾아온 학교생활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TV 프로그램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대학 캠퍼스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회사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꾸벅꾸벅 출근길이 꿈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

내가 어릴 적 올려보던 어른이 지금 나라는 사실을 아직도 받아 들을 수가 없다.


내가 좋든 싫든 성장을 멈춘 나의 신체는 생물학적으로 조금씩 노화되고 있었다.


반면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학생 같은 순수함,

그리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약간의 어려움 같은 것들이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입사 십 년을 훌쩍 넘긴 동기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는 여전히 아이가 된다.


다시 학교


이러던 어른 회사원으로 살아오면 앞에 붙는 글자(접두사)와 뒤에 붙는 글자(접미사)가 있다.

OOOO   홍길동 OO

ㅅㅅㅈㅈ           과장

ㅍㅅㅋ              차장


학교로 돌아오니 신기하게 나를 소개할 때 또는 나를 부를 때 나타냈던 앞뒤 글자들이 사라졌다.

그때였다. 내가 진정한 자유를 느낀 것은.


학교에서 나를 나타내는 Identity는 이랬다.


내가 무슨 차를 타든, 강남 아파트에 살던 오피스텔에 월세를 살던 out of 안중이었다.

나는 발가벗은 "닝겐"으로 학교에서 사람들과 있는 인간관계를 맺어갔다.


그래서 우리가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을 오랫동안 진정한 친구로 여기는 지도 모르겠다.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인생의 끝을 배우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학교 생활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한 달이 남았을 때부터 다소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같이 온 동기들도 그렇게 느꼈다.

 마치 인생의 긴 여정에서 돌아가는 사람들처럼..


동기 한 이 말했다.

"한 달이면 굉장히 길죠. 3~4일짜리 교육만 해도 좋은데"


그때부터였다

각자 저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시작한 것은

어떤 동기는 수영을, 다른 동기는 골프를, 피아노를..

나는 요가와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다시 학기의 첫 날을 떠올린다.

그리고 여름휴가의 첫 날이 떠오른다.


아 설레여


그렇게 열대야로 하얗게 지새운 아침

무엇인가에 끌려 브런치 글을 오랜만에 쓰게 되었다.


100년 동안의 여름휴가 중 하루인 오늘

우리에겐 어떤 일이 생길까요?설레이는 마음을 함께 나눠봅니다

당신의 여름휴가에 아이스크림은 무엇인가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녹기 전에 얼른 드세요.

이미 우리 손에 하나씩 들려있어요


이전 18화 어쨌든 놀이동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