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경문 Oct 02. 2021

어쨌든 놀이동산

와 하늘 좀 봐!

요 며칠 울적함을 떨치고,

오늘은 맑은 하늘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파란 하늘 그리고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오늘처럼 맑은 가을날,

부모님과 단 한번 가보았던 지방의 놀이동산은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그 한 번의 추억이 우리가 아는 대형 놀이동산이었다면,,,
또 그 추억이 한 번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해보곤 한다.


"좋아, 오늘은 놀이동산에 가자! 얘들아 일어나~!"



. 설렘 그리고 선택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렌다.

아이들은 여행을 떠나는 길 차 안에서는 항상 잠드는 법이 없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인기가 있는 "후룹 라이드"를 타기로 했다.

"사람들이 가장 적을 때 타야 해! "


사람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처음부터 선택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놀이동산은 딱 두 개 놀이기구를 타고 힘들기 시작했다.


힘이 있을 때 바쁘게 이것 타고 저것 타려고

이리 뛰어다니고 저리 뛰어다녔다.


놀이기구 꼭대기에서 느낀 기분은 짜릿했다.

아래로 내려다 본 시선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작게 보인다.


2~3분 남짓 잠깐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저렇게 오랜 시간을 참아왔을까?



여름. 더 많이 더 높게


요즘 대형 놀이동산에는 패스(pass)가 있다.

매직패스, Q패스, 루나패스 등이 있는데,

간단히 말해 돈을 내면 기다리지 않고 빨리 탈 수 있는 특혜 같은 것이었다.


놀이동산이
놀이돈산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아이들과 순수한 동심으로 접근한 놀이동산이 사실은 자본주의 인생의  축소판임을 실감한다.


특히, *데*드 는 매직패스는 이렇다..

모든 입장객에게 3장씩 주어지는 이 매직패스는 매 15분마다 미리 예매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줄을 서있는 와중에도 다음 놀이기구를 예약해야 했고, 심지어 놀이기구를 타거나, 밥을 먹는 중에도 네이버 시계 알람을 맞춰놓고 예약을 걸고 있었다.


후룹라이드 탈 때는 바이킹을 예약하려고 애썼고,

바이킹 탈 때는 혜성특급 예약하려 애쓰고,

점심 먹을 때는 점심 먹고 탈 놀이기구를 예약해야 했다.


문제는 그 날 놀이동산에 온 수만 명의 입장객이 모두 다 그렇게 행동하니 아무것도 제대로 예약이 되지 않고 "예약마감" 뿐이었다.


매직패스는 예약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매직을 선보였다.


결국 나는 오후 내내 휴대폰만 들어다 보았을 뿐

매직패스로 예약할 수 있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놀이동산에서도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계속 다음 놀이기구만 찾는 모습이 꼭 우리네 인생 같았다.


다음에 꼭 타자 알겠지? 다음에 꼭 사자 알겠지? 다음에 꼭 만나자 응?

우리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숨이 막히는 놀이동산의 한창 시절 여름이 그렇게 지나갔다.



가을. 시원한 바람과 양 손 가득 아이들 손


내가 좋아하는 삼프로 tv 에서 한 사연이 생각난다.

사연의 주인공은 대기업 20년 차 부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였다.


본인이 판 서울 아파트는 3배가 올랐지만, 그 돈으로 투자한 경기남부 아파트는 3천만 원이 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은 전세에 살고 있다고, 벼락거지가 되었다고 괴롭다고 했다.


이해도 되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대적 행복의 박탈감.

남들 타는 놀이기구가 높이 올라간다고 부러워하다가 행복은 요원해질 수 있다.


시간이 2시 30분쯤 됐을까?

무대에서 시작된 공연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 만나 ~♪
 홍차와 냉커피를 마시며, ~♪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듣다가 온다네 ♬"

그대 그대 대박 대박

<10cm,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j7uLgH0D2rk

그대 그대 대박 대박


순간 깨달았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우리는 놀이동산 안에 있었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는 늘 내 삶에 허덕였다.

언제나 만족을 몰랐다.


분명 즐거워야 할 일인데도 그 안에서 또 고통을 찾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들어가고 싶어 했던 회사였나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공부가 아니었나


그리곤 내 양손 가득, 아이들의 손이 느껴졌다. 따뜻했다.


겨울. 재방문 의사 있음.


어찌 저찌 저녁 때가 다가와 갈 무렵,

차는 막히지 않는지 이제는 돌아갈 걱정을 한다.

또 다음 걱정인가


오늘 탄 놀이기구도 되돌아보고,

가장 재밌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저마다 종알대는 시간을 갖는다.


그래도 재밌었지?


재방문 의사가 있나요?

"네~!"


집에 갈때 되니 알게 되었다.

내가 여기서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난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남들보다 놀이기구를 더 많이 타고, 더 높게 올라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가을바람, 하늘 그리고 우리들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보내고 돌아간다.


어쨌든 우리는 "인생이라는 놀이동산"에 와있어요. 지금 같이 손 잡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
이전 17화 가을은 짧지만 추억은 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