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경문 Jan 21. 2021

깨달음은 강연장이 아닌 길 위에

당신 인생의 답을 누구에게 묻나

여전히 어지러운 세상,

하지만 내 마음속의 파도는 잦아들었다.


코로나라는 세상에 느닷없이 나타난 전염병을 등에 업고

휴대폰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분노는

늘 까마귀 때처럼 먹잇감을 찾아다닌다.


얼마 전 그 중심에는 혜민 스님과 현각 스님이 있다. 법륜스님으로 시작한 마음공부 중 자연스레 혜민스님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혜민스님과 마주한 2019년 인천의 한 강연 길 이야기이다.


강의 끝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용감하게 질문을 했다.


"회사에서 승진도 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습니다. 이러한 목표가 세속적이고 나쁜 것인가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쁘지 않다' 정도였지만 내 마음속에는 속 시원한 답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답변보다는 그  강의장에 가는 길에 깨달음을 었다.


한 달 전부터 예약한 강연에 아내도 같이 따라나서 주었다. 하지만 아내가 엉뚱한 장소로 이끌면서 강연장에 제 때 도착하지 못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떼어놓고 나온 마음과 강연에 늦은 조바심까지 겹치면서 운전대를 잡은 내 마음속에는 화가 올라오고 있었다.

너 때문에 늦었잖아!


찰나, 내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왜지? 저 위에 하늘에서 보면 작은 자동차 안에 작은 인간이 어디로 가는 길로만 보일 것이다. 의미 없는 움직임에서 의미 없는 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난 잠시 내 육체 밖으로 나왔다(완전 4차원이네) 그리고 나를 봤다. 못난이.


그러고 나니 아내 탓을 하기보다는

인생을 함께 가는 그 길에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내 덕분에 이렇게 인생을 돌아볼 기회도 얻게 되었구나. 난 행복한 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깨달음은 강연장이 아니라 가는 길 위에 있었다.




강연 후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해 찝찝했다. 처음에는

'법륜스님이 혜민스님보다 훨씬 낫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문득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의 답을 유명한 누군가에게 기대서 얻으려 했던 내 무책임함을.


인생에는 정답도, 정해진 길도 없다.

 내가 원하는 데로 선택하고

그 책임을 내가 감내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 한다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인간은 세 겹의 노예다
신을 만들어 종교의 노예가 되었고
국가를 만들어 권력의 노예가 되었고
돈을 만들어 황금의 노예가 되었다

이제 핸드폰을 만들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


우리 인생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다.

주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노예로 전락할 필요는 없다.


평화로운 일요일 운전대를 잡고

난 잊지 못할 Sunday driving을 했다

 

이제 주인답게 당당해져 볼까요?
진짜 주인은 자기 물건을 아주 소중히 다루죠








이전 12화 요즘 없어선 안 될 '두 가지' 가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