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경문 Feb 18. 2021

사춘기 딸에게 몰래 남기는 타임캡슐

세상의 중심

네가 벌써 이렇게 크다니 아빠는 믿기지 않는단다. 목을 가누지 못해 초보 아빠가 너를 품에 안고 머리를 감기던 그때를 아빠는 아직도 기억한단다.(왜냐면 허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ㅜㅜ)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지? 고민도 많고 말이야. 아빠가 네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는 알고 있단다. (왜냐하면 아빠는 10대 이후로 정신연령이 자라지 않았지)


요즘 공부하느라 처진 너의 어깨를 보며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세상의 중심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가운데가 어딘 줄 아니?


가운데 있는 나라, 중국(中國) 어딘가 일까?

한자로 가운데 중, 가운데잖아ㅎㅎ


오, 중요한 힌트가 나왔네. 어쩌면 맞는지도 모르겠어.

중국은 예로부터 세상의 중심을 본인들이라고 생각했데.


정답은 말이야,, 

바로 거기야.

네가 있는 그곳


응 거기.


우리 집이냐고? 아니 그 중심이 널 따라다녀. 네가 학원에 갔을 때는 그 중심이 학원이거덩. 네가 어디에 있든 거기가 중심이란 말이지~

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면 거기가 중심이고, 산에 있으면 그 산이 세상의 중심이야.

그 중심은 너를 따라다녀.

왜냐하면 네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고 영웅이니까



중국인들의 중화사상은 어쩌면 마음공부를 오래 한 결과가 아닐까? 중국 사람들은 아마 오래전부터 이치를 터득했다고 생각해.


어디가 멀다 가깝다는

내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그곳이 나로부터 멀리 있는 것이지


세상에는 가운데가 진정 존재하지 않아. 지구는 둥근 공이잖아. 가운데 핵이 중심이라고 따질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는 표면에 살고 있잖아. 우리는 그렇게 놓인 거지. 평등하게.



 이 세상은 너로부터 인지되는 너의 세상이니까 중심은 너인 거야 그러니까 너를 믿고 네 두발로 서렴.


그리고 너의 그 마음을 가운데 두도록 해. 가장 우선이 되게.

그 마음의 중심을, 그러니까 너의 정신을 너로부터 멀리 둘수록 괴로워지더라고

예를 들면 남을 부러워하면서 사는 것처럼 말이야 

한국에 살면서 덴마크 사람들의 '휘게'를 선망한다거나, 입시에 얽매이지 않는 아이들의 교육을 원한다며 미국을 꿈에 그리는 것이지.


딸아

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그 곁에 있는지,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해봐

가 지금 숨 쉬고, 듣고, 이 글을 읽고 볼 수 있는 이 행복에.

사랑한다. 우리 딸.

자녀들을 다 안다고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하고 싶은 말은 글로 적어두고, 귀만 열어둘께요. 공주님


이전 13화 깨달음은 강연장이 아닌 길 위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