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이미 말했잖나, 내가 악마라고. 자넨 이미 내가 악마라고 확신했어. 그래서 여기까지 온거잖아."
내가 내 입으로 누군지 아무리 말해봐야 니 생각은 바뀌지 않을꺼야
결국 천주교 사제는 악마를 보고, 목숨을 잃는다.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났던지 간에 너가 생각하는데로 보일 것이다라는 감독의 메세지이다.
즉 그는 외지인이 악마라고 생각한 상태에서 단서들을 모으고, 조합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그리고 생각한데로 사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여름휴가때 수영장에서 올려다본 하늘의 구름은 환상적이었다.
구름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에 비친 우리의 마음을 본다
부리가 기다란 오리가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의 잎들이 바람에 휘날렸다. 나의 수첩에는 '야자수 잎의 춤' 이라는 메모가 있다. 나무들이 바람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출근하는 날이나 육아에 지친 여느날은 하늘에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가로수들도 매일 축 늘어져 있었다. 마치 내 마음처럼.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 위를 보자. 저 구름은 무엇처럼 보이는가? 토끼, 신, 악마..
구름은 구름일 뿐이다.구름을 행운과 불운으로 형상짓는 것은 우리의 마음일 뿐이다.
같은 사물도, 상황도 우리의 기분과 마음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이치이다.
내가 좋아하는 법륜스님의 강연에서 한 50대 남성이 물었다.
"아침 출근길에 차가 막히고 앞에 끼어든 차 때문에 열받습니다. 힘들게 회사에 도착했는데 직원들이 일을 똑바로 못해서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집에 오면 공부안하고 속썩이는 아이들이 저를 화나게 합니다. 저녁먹고 뉴스를 틀면 맨날 싸우고 있는 정치인들 때문에 화가 납니다. 스님 어떻게 해야 할른지요?"
스님의 해답이야 어떻든 이 남성의 마음은 화가 나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모든 환경과 사람들이 자신에게 화를 주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사물들은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 상황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그에게 손해를 일으키거나 피해를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문득 20대 후반 아내가 임신했을 때의 기억이 난다. 어디를 가도 임산부가 유난히 많았다. 그 전까지는 임산부를 거의 본적이 없었다. 곧 아이가 태어나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모차들이 내 주변에 많아 보였다. 10년 만에 차를 바꾸자고 마음을 먹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온통 새차들이 넘쳐났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의 인구가 늘지도 않았고, 자동차 판매대수가 갑자기 늘지도 않았다. 세상은 늘 그대로 돌아가고 있는데 내 관심에 따라 그것만 본 것이었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난 거리에 온통 유모차만 보였다
당신은 지금 무엇이 보이는가? 그것이 당신의 관심사이고 마음속에 있는 잠재의식이다.
그것을 보고 어떤 감정이 드는가?
화가 나는지? 미소가 지어지는지?
어머니가 생각이 나는지?
지금 당신의 무의식속의 마음상태가 그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사물이 내 마음 관심을,
내가 사회에서 느끼는 감정이
내 마음상태임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낳다(백문불여일견)' 라는 영어 속담은 'Seeing is Believing'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