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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Jan 17. 2021

회사라는 우물을 뚫고 나오다

노력=성과=평가 방정식

떴다

사무실에는 딸깍딸깍 마우스 클릭 소리 외에는 정적이 감돈다. 알파벳 두 글자를 확인하고 바로 윈도우 창을 닫아버린다. 눈을 감았다. '젠장'

그렇게 기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연말 평가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사무실에 적막이 감돈다


모두들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직장인들의 연말 풍경이자 애환이었다.

난 이렇게 13년째 알파벳 두 글자에 길들여져 가고 있었다.


커다란 어른 코끼리는 작은 쇠사슬에 묶어 놓아도 달아날 생각을 않는다.

그 이유는 같은 쇠사슬로 묶여 있던 어린 시절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달아나지 못했던 경험 때문이라고 했다.


매번 잘난 척 말라던 아내도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야"

고마웠다.


아내는 남의 평가에 연연하거나 불평불만하지 말고,

네가 만들어낸 성과로 너만의 길을 만들라고 충고했다.


나는 내 인생이 아니라, 남이 주는 ABC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나는 늘 잘하려고 애썼다.

남에게 인정받는 것에 목말라 있었다. 유난히 성과에 집착을 했다. 덕분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일에 집중할 때면 숨을 잠시 멈추는 버릇이 있다.

군 시절 사격훈련 때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 난 숨이 고르게 쉬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늘 긴장하며 살고 있다.


'이 일만 마치고', '여기까지만 끝내고'

나는 일에 빠져서 화장실 가는 것도 미룬 적이 많았다.

잦은 술자리에 자리를 뜨지 않아 OO이 온 적도 있었고, OOO염이 도진적도 많았다.


어느 해에는 인사평가 결과를 받고 눈물이 났다.

생각해보니 그 전 송년회 때도 건배사를 하며 사람들 앞에서 울먹였다.


어느 한 해, 어느 한순간 열심히 일하지 않는 적이 없었다.

성과는 늘 좋았지만, 평가는 그렇지 못했다.


노력 = 성과 = 평가

공식이 직장생활의 진리라고 여겼다.

그래서인지 늘 남의 평가에 비중을 두고 살았다.


나의 노력과 남의 평가는 '별개'였다.

다만 그것이 같아질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일 뿐이었다.

그러한 가능성에 집착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해야 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책이 유행한 시절이 있었다.

사회에서 10년 이상을 지내보니 그 말이 어쩜 그리 와 닿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노력의 배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의 건방진 생각이었다.

나는 남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

내 마음속에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 다면 그냥 하면 된다. 단, 내가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했다고 화가 나서는 안된다. 그것은 차라리 열심히 하지 아니한 만 못하다.


난 나의 일을 하고 평가는 평가를 하는 사람에게 맡긴다.

평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직접 말하는 방법도 있고, 시스템을 통해 반론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평가하는 사람도 사실 전부 같은 월급쟁이들이다.

"아, 근데 같은 월급쟁이들끼리 왜 그러세요?"


우리는 회사라는 우물 안에 갇혀있다.

남의 평가라는 우물도 그와 같다.


내 노력과 시간을 쏟아도 결과가 빤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이제 물은 그만 마시고, 그 우물에서 나와보자.

우물 밖에도 물은 있다. 아니, '물도'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긍정과 부정은 우리 마음속에 달려 있다.


스스로 마음을 한 군데 옭아매고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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