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집에서 쉴 때도 회사일과 관련된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그럼 메모해두었다가 다음날 실행에 옮겼다. 주말에는 괜히 바쁘다는 핑계로 회사에 나가는 날이 많았다. 평일 저녁은 상사의 술자리 초대에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안타깝지만 그랬다. 워커 홀릭인 동시에 남의 평가와 평판에 유난히 신경을 썼다.
그 덕분일까? 여태까지는 이른바 백이 없어도 제때 진급했고,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해가 갈수록 회사라는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게임에 심취해 있었다.
게임의 룰은 점점 익숙해졌고, 이제 그 경기에 맞는 몸과 마음의 근육들이 있다고 자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