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람개비는 바람(wind)이 아닌 것과 바람이 난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 데일 카네기 -
20대에 감명 깊게 읽은 명언이다.
참 멋진 말이다.
운명이 나에게 도움을 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행동하라는 뜻이다.
소극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인생에 임하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달렸다.
내 인생에는 바람이 불지 않았으므로.
최근에 아내와 함께 산에 올랐다.
산 정상에 눈에 띄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바람개비를 설치해놓은 곳이었다.
빨강, 주황, 노랑 파랑 다양한 색깔의 바람개비가 산 정상에 꽂혀 있었다.
아마도 산 정상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잘 돌아가니 설치해둔 것 같았다.
햇살이 내리쬐는 그곳. 바람개비들을 보고 특별한 점을 발견했다.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았다.
빨리 도는 녀석이 있고, 천천히 도는 녀석이 있었다.
또 아예 멈춰 선 녀석도 있었다.
자세히 보니 꽂혀있는 각도가 약간씩 다르다.
저마다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다. 마치 우리들처럼.
나는 늘 바람개비가 돌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달려야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할까 고민했다.
사람은 늘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항상 돌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바람개비는 풍력발전소가 아니므로
우리는 바람개비가 아닌 풍력발전소가 되어 스스로의 쓸모를 찾아 나선다.
쉴 새 없이 돌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그러나 우리 존재 자체에 쓸모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존재로서 존재한다.
바람을 만나면 새 차 게 돌고,
때론 햇살을 쬐며 느긋하게 돌아도 된다.
이제 바람개비는 바람(wind)이 아닌 것과 바람이 난다.
따뜻한 햇살, 나풀거리는 한 쌍의 나비
그리고 옆에서 돌고 있는 또 다른 나와 함께
그 존재 자체를 즐긴다.
어느 두 바람개비는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아마 그 둘은 사랑에 빠진 듯했다.
'아, 그럼 한쪽이 돌 때, 다른 한쪽은 쉴 수 있겠네'
마음이 맞는 바람개비와 마주 보고 서로 번갈아 가며 돌면 어떨까?
바람개비는 바람을 마주 보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바람개비도 바람개비를 사랑한다.
사실 바람개비는 늘 다른 바람개비가 그립다.
그래서 마주 보기로 했다.
어쩌면 마주 보는 바람개비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바람개비는 우리에게 말한다.
항상 돌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그대가 멈춰 있을 때 더 아름다워 보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