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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Feb 07. 2021

바람개비의 바람끼

이제 바람개비는 바람(wind)이 아닌 것과 바람이 난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 데일 카네기 -


20대에 감명 깊게 읽은 명언이다. 

참 멋진 말이다. 

운명이 나에게 도움을 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행동하라는 뜻이다.

소극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인생에 임하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달렸다.

내 인생에는 바람이 불지 않았으므로.




최근에 아내와 함께 산에 올랐다.

산 정상에 눈에 띄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바람개비를 설치해놓은 곳이었다.


빨강, 주황, 노랑 파랑 다양한 색깔의 바람개비가 산 정상에 꽂혀 있었다.

아마도 산 정상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잘 돌아가니 설치해둔 것 같았다.


햇살이 내리쬐는 그곳. 바람개비들을 보고 특별한 점을 발견했다.


모든 바람개비들이 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바람개비들이 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았다.

빨리 도는 녀석이 있고, 천천히 도는 녀석이 있었다.

또 아예 멈춰 선 녀석도 있었다. 


자세히 보니 꽂혀있는 각도가 약간씩 다르다.

저마다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다. 마치 우리들처럼.


나는 늘 바람개비가 돌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달려야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할까 고민했다.

사람은 늘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항상 돌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바람개비는 풍력발전소가 아니므로


바람개비는 풍력발전소가 아니므로 항상 돌 필요는 없다.


우리는 바람개비가 아닌 풍력발전소가 되어 스스로의 쓸모를 찾아 나선다.


쉴 새 없이 돌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그러나 우리 존재 자체에 쓸모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존재로서 존재한다.


바람을 만나면 새 차 게 돌고,

때론 햇살을 쬐며 느긋하게 돌아도 된다.



이제 바람개비는 바람(wind)이 아닌 것과 바람이 난다.

따뜻한 햇살, 나풀거리는 한 쌍의 나비
그리고 옆에서 돌고 있는 또 다른 나와 함께
그 존재 자체를 즐긴다.



어느 두 바람개비는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아마 그 둘은 사랑에 빠진 듯했다.

'아, 그럼 한쪽이 돌 때, 다른 한쪽은 쉴 수 있겠네'


마음이 맞는 바람개비와 마주 보고 서로 번갈아 가며 돌면 어떨까?


바람개비는 바람을 마주 보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바람개비도 바람개비를 사랑한다. 


사실 바람개비는 늘 다른 바람개비가 그립다. 

그래서 마주 보기로 했다. 

어쩌면 마주 보는 바람개비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바람개비는 우리에게 말한다.


항상 돌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그대가 멈춰 있을 때 더 아름다워 보이거든요.



항상 돌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대가 멈춰 있을 때 더 아름다워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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