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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Jan 15. 2021

서른여덟 번째 생일

책가방을 던져놓고 잠시 낮잠에서 깨어났을 뿐인데

엄마 손을 잡고 처음 갔던 학교
가는 길이 제법 익숙해져 혼자 집에 돌아온 그 날 

친구들과 정신없이 뛰어놀다가 집에 돌아왔어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 놓고 그렇게 잠이 들었지

깨어나 보니 옆에는 나랑 비슷해 보이는 친구가 있어

부시시 일어나 나를 아빠라 부르네


다른 방에서는 키가 더 큰 여자 아이가 나와

아빠 잘 잤냐 물어보네


눈을 비비고 서 있는 나는

두친구들이 아래로 내려다 보이네

깜짝놀라 얼른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해봐
거울에 비친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만 느껴져

눈가에 잔잔한 주름들, 뾰죡하고 짧은 수염들
머리카락은 여기저기 흰색 뿌리가 파뿌리 같아

가만히 앉아서 찬찬히 생각을 더듬어
그 날 이후 기억을


초등학교 시절은 어땠는지
곧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친구들과 정신없었던 학창시절

홀로 상경해서 열심히 살았던 20대
처절했던 군 시절, 넓은 세상으로 나갔던 청년

그러다 연애도 하고 아이들도 하나 둘 태어났네
아, 내가 내가 아니었던 30년이 그렇게 흘렀네

아이들의 생일 축하 노랫소리가 나를 현실로 부르네
여기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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