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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Jan 16. 2021

철봉에 매달려보면

살아온 세월과 삶의 무게를 알 수 있다.

나는 오늘 아이들과 철봉 매달리기 시합을 했다.


철봉을 좋아하기에 한 번에 30개는 거뜬히 하곤 했었다.

나는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남자로서 나의 승리를 확신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나는 1분을 버티지 못하고 꼴찌를 했다. 턱걸이 30개를 하는 내가 꼴찌를 했다. 원인은 분명했다.

나의 몸무게 그리고 근육.


나는 근육이 많았지만 나의 몸무게에 비해서는 많지 않았던 것이다. 내 몸을 지탱하기에 부족했다.

반면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몸무게를 지탱하고도 남을 훌륭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강하다고 착각하고 살았다.

사실은 내가 지탱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어서 쉽게 지쳤던 것이었다.


그래서 내려놓기로 했다.


가방을 내려놓았다.

내 욕심으로 가득 찬 가방을


주머니를 비우기로 했다.

여기저기 주렁주렁 달린 불필요한 관계 주머니들을


옷을 가볍게 했다.

남들한테 인정받고 허세 부리기 위한 옷을


그리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나는 특별하다는 자만과 아집의 마음을


난 오늘 욕심으로 가득찬 가방을 내려 놓기로 했다


철봉에 매달려 본 후에야 비로소
나의 무게를 실감한다

그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의 팔과 등은 얼마나 나를 지탱할 수 있는지를

땅이 나를 당기는 만유인력의 위대함에
감히 나는 나 자신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음을

나는 다시 철봉에 매달려 본다.

나의 무게를 가늠하며 오래 매달릴 수 있는지 확인해본다.


한결 가볍다.

아, 나는 왜 이토록 많은 무게를 달고 살아왔을까?


삶의 무게를 좀 덜어내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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