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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Feb 08. 2021

"우리 아빠는 죽지 않는데요"

아빠가 그랬어요 자기 나이가 10,038살 라구요

아빠 몇 살이야?


여섯 살짜리 아들이 물었다.


"아빠 만38살이야."

"우아, 우리 아빠 나이 되게 많네"

"있잖아, 난 아빠가 영원히 안 죽었으면 좋겠어"

"왜?"

"나랑 같이 놀게 ㅋㅋㅋ"


내가  살아오면서 들어본 최고의 말이었다.

'나의 존재만으로 너에게 큰 의미가 되는구나

그러나 아빠는 영원히 살지 못해. 미안하다.'


우리는 종종 착각하며 산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몇 년 전, 한 보험회사가 만든 영상이 기억에 남는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고객들에게 '남은 시간'을 분석해서 보여주었다.


의사 : "얼마 남지 않으셨습니다."

고객 : "뭐가요?" (화들짝 놀라며)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병원은 고객들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조사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실제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서 보여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쁘게 준비하는 시간 1시간.

일터 있는 시간과 통근시간 12시간.

집에 돌아와 가족과 식사 1시간. (가끔)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식 2시간. (잠시 대화)

그리고 잠자리에 든다. 8시


연구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동거하는 가족과의 평균 대화시간 하루 30분이다. 하루 30분씩 X 10년을 살아도, 고작 1,825시간 = 72일이다.


같이 살지 않는 부모님이나 가족들과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몇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시간이 짧다는 것은 명확하다.


우리 옛날 말에 제행무상이라는 말이 있다.

정확히는 불교의 세 가지 교리(삼법인)의 하나이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우주의 모든 사물과 생물은 변화하며,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


지위나 명예에 집착하는 탐욕을 버리고 오늘의 소중한 생명을 살라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항상 기쁘거나 즐겁기만을 원한다. 그 기쁨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희로애락 즉, 기쁨 화남 슬픔 즐거움은 한 때의 감정이다. 이는 항상 변화하고 일정한 상태를 가지지 않는다.


사람의 감정뿐만 아니라 바람과 태양도 늘 움직이고 있다.

변함이 없어 보이는 나무도 하루하루 다르다.

어제와는 다른 모습을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영원할 것 같은 회사생활.

사실은 잠시 스쳐가는 정류장 같은 곳이다.

부장님의 꼰데라떼도 MZ세대의 발랄함도 잠시 스쳐간다.

언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는지 모르게 세월이 흘러 정년퇴직이 찾아온다.


곁에 있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나를 아껴주시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피 울었다. 이듬해 나를 닮은 자녀들이 태어나서 방끗 웃는다.

기쁨도 잠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다음은 내 차례가 되겠지.





우리의 제행무상과 비슷한 표현이 서양에도 있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명령한다.

"기쁠 때는 슬프게, 슬플 때는 기쁘게 하는 물건을 가져오너라"


신하들은 밤낮으로 토론한 끝에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친다.

그 반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신하들은 왕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쓰여진 반지를 바쳤다.


-동서양을 막론한 진리-

만물은 영원할 수 없다.

따라서 오늘을 사는 우리도 영원할 순 없다.


아들의 물음은 나에게 깊은 사색을 준다.

'아빠는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만큼은 너에게 집중하고 싶구나.'


다시 같은 질문을 한다.



아빠 몇 살이야?

아빤 10,038 살이야

"우아, 우리 아빠 그렇게 늙었어?"

"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인한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잘못으로 인한 벌이 아니다."

"뭔 소리야~ 아빤, 진짜 이상해ㅋㅋ"


아들아, 너의 바람대로 되고 있다.

아빠는 이제 겨우 만 삼십팔 세(만 38세)

어찌 보면 한국 나이 만으로가 아니라, 진정 만세 정도를 생일을 살았네.

어린 시절 매일매일 생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나는 매일매일 살아있는(생) 나날(일)을 맞이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만세 브런치 북 작가입니다.
누가 기네스 북 작가님께 연락 좀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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