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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Aug 15. 2021

갯벌에서 Get Pearl

숨은 진주(pearl) 찾기

왜 내 자리에서는  조개가 나오지 않는 거야?!


멀지 않은 곳에서 모르는 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여기 조개가 많아! 장난 아닌데?"

처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주변을 더 열심히 파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개는 어쩌다 한두 개가 나올 뿐.. 결국 나는 자리를 옮겼다.


정신없이 땅을 파던 호미질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물이 빠진 뻘 위, 노란 스티로폼 부표에 한  노인이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조개 어떻게 잡아요?"

 다짜고짜 물었다.


 "일루 따라와 봐" 

그 노인도 다짜고짜 반말로 나를 이끌었다.


신기하게도 노인의 호미질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나는 아이들을 불렀고 우리는 조개를 바쁘게 줍기 시작했다. 이른바 줍줍!


그 옛날.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쓰던 시절이 떠올랐다. 갯벌체험의 그 순간만큼, 조개는 나에게  돈이었다.

조개를 캐는 법은 돈을 버는 방법이었고

그것을 대하는 자세는 내 인생이었다.

내 인생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


부모님께서는 한 가지 일로 30년 이상을 정진하셨다. 덕분에 넉넉하지는 않아도 대학교를 잘 마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또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해봄직한 말이  아닐까. 이것저것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함을 경계하라는 뜻일까.


예전에는 세상이 제법 천천히 변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속도가 느껴질 정도다.


디지털카메라? 가 세상에 나오기 전 삶을 살았지만

이제는 구글 포토에 클라우드로 사진을 저장한다.


그리고 이미지 디텍션 알고리즘으로 내 아이들의 돌사진과 10년 뒤 사진을 보고 "같은 사람인가요?" 라며 나에게 디지털 눈알 붙이기 아르바이트까지 시킨다.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면서, DSLR 카메라와  그 제조사는 자취를 감췄고,

산업의 에너지를 공급하던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은 친환경 시대에 홀대를 받고 있다.


내가 입사한 부서는 사라졌다.

심지어 1000명 이상이 종사하던 사업본부도 역사가 되었다. 그리고 바로 전에 근무하던 부서도 다른 이름이 되었다.


이쯤 되면 믿고 싶지 않아도

한 우물만 파고 싶어도 팔 수없는 상황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한 우물을 파느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우물 안에 들어가 살고 있었다

"잘난 척하지 말고,  정신 차려

넌 술주정뱅이야! 직장 밖에서도 직장에 취해있는"

애는 쓰는데 자연스럽고 열정적인데 무리가 없어요. 어린 친구가 취해 있지 않아요
-미생 16화-


그랬다. 난 늘 취해있었다.

낮에는 우물을 파는 일에 정신없이 취해 있었고

밤이면 그 한 우물 사람들과 진짜 술에 취해있었다.


이글이글 태양에 현기증을 느끼며 내 정신은 다시 갯벌 위로 돌아왔다.

어느새 노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개는 캐도 캐도 끝이 없는 듯 나왔다.


그 노인은 인생에서 만나게 될 현인이었다. 우리는 그를 졸졸 좇아 다녔다. 그러면서 궁금했다.

내가 파던 그 자리에는 왜 조개가 나오지 않았을까? 나는 물었다.


"조개 숨구멍을 봐야 돼 여기 봐봐"

"아~~"

갯벌체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저마다 손에는 같은 크기의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아무리 많은 조개를 캐도 결국 가져갈 수 있는 양은 단 한 바구니. 바로 우리의  인생이었다


우리 조개 진짜 많이 잡았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산더미 같이 쌓아서 집에 오는 트랙터를 탔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많은 조개들이 트랙터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무심한 갈매기가 한마디 던지고 날아가버린다

바보야, 중요한 건 조개가 아니야



타들어갈 듯한 햇살 아래 조개는 갯벌에 널려 있었고, 우리는 추억만 가득 담아왔다.


오늘만 원짜리 갯벌체험에서

진짜 "get pearl"  진주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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