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은 짭짤한 냄새가 났다
나의 첫사랑은 빵 가게 옆 피자 오빠였다.
내가 일하던 베이커리는 한켠에서 피자를 만들었고, 계산은 베이커리에서 하였다.
덕분에 피자 코너와도 교류가 많았다.
운동을 전공했던 오빠였는데, 말끔히 생긴 오빠였다.
피자 도우가 무거워도 번쩍번쩍 들던 모습이 참 멋있었다.
여러 추억들이 있었지만 이 오빠와 관련된 추억 중 가장 강력한 추억은 가출 사건이다.
처음 내가 베이커리에 입사하였을 때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대학 입학을 기다리던 가장 들뜨던 시기였다.
그동안 한 푼 두 푼 모으며 살던 내가 일탈을 해본 적은 없었다.
대학에 가게 되면 놀 수 있다고 기대하며 열심히 일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같이 아르바이트 하던 언니, 오빠들이 일이 노래방을 가자고 한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즉흥적인 나는 충동적으로 노래방에 가게 되었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건전하게 정말 노래만 불렀다.
그 당시 나는 낯을 가렸기에 노래도 부르지 않았다.
그런 내게 춤추며 놀던 언니 오빠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돌았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오빠가 신나게 재롱을 부리니 얼마나 신나겠는가.
나의 반응을 보고 언니 오빠들은 당시의 신곡 메들리를 선보였다.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나도 모르게 새벽 한 시가 되었다.
그 당시 나는 통금이 있었다.
늦은 시간이 되어도 안 돌아오는 딸내미를 걱정한 아빠는 계속 전화했지만 슬프게도 나의 베가레이서 폰은 터지지 않았다.
결국 아빠는 가출 신고를 했다.
우리 집은 가난해도 나름 화목한 편이었다.
엄마는 항상 나를 공주라고 불렀다.
그 당시 나는 158cm에 73kg였지만, 엄마와 할머니, 삼촌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스스로를 통통하지만 귀여운 공주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안 놀린 친구들도 지금은 고맙다.
하지만 아무리 공주라도 엄마도 눈이 있었다.
긴박한 상황이 되자 엄마는 경찰분께 이실직고를 하였다.
노란색 블라우스에 뚱뚱함
그 당시 귀여운 공주는 노래방을 나와 신나게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다.
그때 경찰 분이 나를 보고 '쟤다'라고 확신에 차 외치셨다.
뭔가 잘못된 직감이었다.
아빠는 경찰 분들께 사과하시고 엄마는 나를 껴안았다.
얼떨떨한 상황 속에 나는 경찰 분이 들고 있던 인상착의를 종이를 보고 말았다.
그날 나는 엄마의 진심을 알아버렸다.
덕분에 엄마 만의 귀여운 공주는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두 달 동안 20kg를 감량하였다.
외모가 바뀌니 신기한 일도 생겨났다.
손님이 번호를 물어보기도 하고 나에게 고백을 하는 오빠도 생겼다.
같이 노래방을 다니던 아르바이트 오빠들 중 한 명이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던 오빠가 아니었다.
거절을 했지만, 그래도 그 오빠 덕분에 누군가가 나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짝사랑 멋쟁이 피자 오빠는 옆에서 탬버린을 흔들던 다른 빵순이 언니와 사귀게 되었다.
고백도 못하고 응원만 했지만,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감정을 빵집에서 배웠다.
그리고 난 날씬해진 빵순이의 모습이 좋아진 동창생과 첫 연애를 하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모았고 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 잠을 줄였다.
과제를 하다 보면 아침이 될 때가 많았지만 학생회 생활과 동아리 활동 모두 즐길 만큼 대학 생활은 너무도 행복했다.
첫 연애 역시 나름 평온했다.
빵집의 퇴근 시간이 되면 근처에서 남친이 기다렸고 집 앞까지 같이 걸어가며 어느덧 나는 대학교 3학년이 되었다.
바빠도 나름 평온한 삶이었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이 되며 인생에 고민이 생기게 되었다.
글이 좋아 문예창작과에 들어왔지만, 정말 잘 쓰는 친구들을 보며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놀랐던 친구들은 등단이나 수상 후, 지금도 작가를 하고 있다.)
아무튼 나는 좋아만 하는 것이지, 그에 맞는 재능은 없다고 느껴 졸업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때, 엄마에게 어린 시절 친구, 내 친구의 친구의 소식을 듣는다.
친구의 이모가 일본에 있어, 지금 일본에 놀러 갔다는 것.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남들이 하는 건 무조건 해야 된다고.
엄마에게 나도 무조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졸업 전 대학을 휴학하고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원대한 계획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