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선 최근에 연봉협상 시즌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나와 내 동료들의 연봉이 결정되었다. 아직까진 서로 큰 차이는 없었다. 연봉이야 이미 결정된 것을 통보받고, 협상의 여지가 많이 없었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먼저 과거 로스쿨을 준비한 것이 알려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연봉협상에서 피해를 입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로스쿨 준비와 같이 지극히 프라이빗한 영역에서의 일을 이유로 공적인 회사에서 관심을 가지고, 영향을 받는 게 잘못되었다곤 생각하지만, 그와 별개로 로스쿨 준비가 알려지는 것은 어쨌든 영향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상사들은 그 일을 쉽게 물어봤다. 여기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상사들은 결국 자기 이익을 위해서 부하직원의 기분을 신경 안 쓰는 게 된다는 것. 누구나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왜 간과했을까. 그분들도 일단 자기가 우선일 것이다. 둘째는 회사 내에서 포지션이 알려지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 내 패가 드러나면 누군가는 그를 이용하려 한다. 주변 사람들은 생각보다 약아서, 주어진 것들을 최대한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하려 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교훈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느낀 것이 있었는데, 회사 사람들은 멀리 할 필요도 없지만, 가까이할 이유도 이제는 없어졌다는 것.
연봉 협상 시에 상사들은 꽤 회사의 관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가 먼저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회사에서 뭔가 있지 않겠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내가 보기엔 공수표였다. 그리고 먼저 보여주는 쪽이 회사가 아니라 근로자 쪽이어야 한다는 점도 이상했다.
이런 태도는 나중엔 회사 입장이 어려워지거나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나에게 불리해질 수 있음을 의미했다. 이를 통해, 회사에 너무 많은 힘을 쏟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회사를 벗어나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상황이 불리하면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패라면, 그때를 대비해서 내 준비를 하는 게 맞았다.
상사들은 우리의 고충을 듣지만 상부에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알아보니 전달된 불만은 팀장 선에서 무마되고 없어졌다. 또다시 패만 노출되는 것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학창 시절 친구와 다르다는 데, 그 점을 많이 느낀 시즌이었다.
다들 살아남으려고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해는 되지만, 이해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나 대로 대비를 좀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