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매동 코스모스 꽃밭의 가을날
나비처럼 춤추기
꽃잎 한 쪽, 나비날개의 무늬 한 점,
그리고 하나씩 내려 앉는 낙엽의 잎맥사이에 물든 노란색과 빨간색.
그 어느 하나도 내게는 경이롭지 않을 것이 없다.
그 뜨겁던 바람들도 하루가 다르게 선선해 지고 햇빛의 색깔도 달라지는데,
세상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섭리대로
티내고 뽐내지 않으면서도, 고요히 그때 그때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
첫 아이 백일 때 쯤, 마루에 뉘인 채 잠든 아기의 귓볼에 비치는 햇살속에서
나는 너무도 작은 솜털들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 솜털 하나도 나는 직접 만들어주지 않았는데,
이 아이는 누가 이렇게 빚으셔서 내 앞에 누워있게 하신 것일까?
그때의 그 솜털처럼, 꽃잎처럼, 물든 낙엽처럼, 혹은 나비의 날개에 깃든 아름다운 무늬처럼,
나도 내 삶을 미세하게 깎아 나가시고, 조율하시는 그 분의 섭리 안에서,
그만 염려하고, 누리길. 감사하길. 익은 열매로 추수되길.
강매동 코스모스 꽃밭에 혼자 서서, 가볍게 춤추는 나비따라 나도 춤을 추어본다.
그분이 지으신 세계에서 나는 춤춘다. 그래서 또,
How beautiful they are His hands formed!
2025. 10.02
註1) 언제부터인가 우리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즐겨라" 라는 말이 너무도 자주 쓰이는 말이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때문인지, 아니면 학생 때 밖에서는 돌멩이와 흰 색 최루탄 가루가 날아다니는데 나는 가방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할 때의 그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즐기다 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즐기는" 것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가 소위 "즐기는" 것들의 대상이 과연 정말로 즐길만한 것인가에 대한 내 꼰대같은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옛날 외국인회사 다닐 때 그들이 즐겨 얘기하던 "Enjoy!" 라는 말은, 내게는 어떨 때는 식사를 맛있게 하라는 말도 되었지만, 수십개의 엑셀 Sheet를 조정해서 표지의 단 한 장의 Sheet에 특정한 수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 고된 작업때에도 웃으며 그들은 "Enjoy~!" 라고 했었기 때문에, 내게는 즐기다 라는 말은, 무언가를 탐닉하고, 즐거움을 느끼거나 만족을 느끼다라는 의미와 함께, 도전도, 어려움도, 고난도 같이 직면해 봐라, 라는 중의적인 의미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누리기" 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을 내 수고없이도, 그저 맛보고, 듣고, 느끼고, 해보고 그리고 종국에는 나도 그 누리는 것들의 일부가 되어서, 나도 남들에게 누리도록 해주기.
그것이 내가 보는 "즐기기"와 "누리기"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적어도 내게는 Enjoy가 아니라 Being Happy 혹은 Being Delighted 일 것 같다. 꽃밭에 서서, 춤추듯 날아다니는 나비들의 기쁨처럼, 나도 이 시간들을/순간들을 누리고 싶다. 밝고 따뜻한 가을 햇살들 속에서.
註2) 참고로, 사진을 찍은 장소는, 고양시에 있는 강매석교공원 옆 코스모스 꽃밭입니다. (낙엽 사진 제외) 아마 다음주부터는 꽃들이 만개해서 동네 어르신들이 (강고산마을 주민회 주최) 천막을 치고, 음식도 하면서 코스모스 축제를 하시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매년 이맘때 하는 행사이거든요. 강변 북로에서 빠지면 차로 5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곳입니다. 혹시 꽃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들러보실 만 합니다. 고양시 향토문화재로 지정된 100년된 돌다리, 강매석교도 직접 걸어보실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