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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학편지 Apr 08. 2021

뇌과학 역사상 최대의 파벌싸움(?)

이것은 전기인가 화학물질인가

여러분께 정말 어려운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 먹는 게 맛있나요? 찍어먹는 게 맛있나요? 부먹? 찍먹?


이 질문은 21세기 가장 어려운 질문으로, 5000만 국민을 찍먹파와 부먹파로 갈라서게 만들었는데요. 뇌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파벌 싸움이 있었습니다.



신경세포, 뉴런 이야기

우리 뇌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들로 구성되어있다.

때는 19세기입니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이 뉴런이라고 하는 신경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뉴런들은 일렬로 연결되어 차례로 정보를 전달하죠. 만약 우리가 "오른손을 들어야지!"고 결심하면, 뇌 안의 뉴런이 다음 뉴런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또 다음 뉴런에게 쭉쭉 정보를 전달합니다. 그렇게 오른손까지 정보가 다 전달되면 우리는 오른손을 번쩍 들게 되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세히 보니 이 뉴런들, 서로 붙어 있지 않고 미세하게 떨어져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미세한 빈 공간에서 뉴런들은 어떻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걸까요?



전기파 vs 화학물질파

이 문제에 과학자들은 전기파화학물질파로 나눠 서게 됩니다. 말 그대로 전기파 뉴런이 다음 뉴런에게 전기 자극을 주어 정보를 전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화학물질파는 뉴런이 화학물질을 쏟아 내 다음 뉴런이 그걸 받는 형식으로 정보를 전달한다고 생각했죠.


전기파와 화학물질파의 싸움은 무려 30년이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좋은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당시엔 확인할 방법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때 화학물질파의 오토 뢰비라는 과학자는 화학물질 전달을 증명하기 위해 아주 기발한 실험을 제안합니다.



싸움을 종결시킨 '개구리 심장 실험'

먼저 링거액으로 가득 찬 비커 A에 신경이 연결된 개구리 심장을 넣습니다. 그리고 미주신경이라는, 심장박동을 늦추는 신경을 자극하여 개구리의 심장 박동을 늦춥니다. 그다음 이 링거액을 추출해서 다른 개구리의 심장이 들어있는 비커 B에 붓는데요, 그러자 다른 개구리의 심장 박동 역시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이 비커 A에서 미주신경을 자극했을 때, 신경 속 뉴런에서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와 링거액에 녹아든 것이죠. 그리고 이 링거액에 녹아든 화학물질이 비커 B로 옮겨가 두 번째 개구리의 심장 박동까지 늦춘 겁니다.


이 실험으로 뉴런과 뉴런 사이의 화학물질 전달이 증명되었고, 뇌과학 역사상 최대의 싸움은 화학물질파의 승리로 막을 내립니다. 또한 실험을 설계한 오토 뢰비는 193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죠.



우리는 싸움을 흔히 나쁜 것으로 인식하곤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진리에 가까워지는 발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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