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전어
요새 애들은 알까? 우리에게는 공중전화라는 아련한 아날로그 기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첫사랑과 시도 때도 없이 떠들기 위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싶어서 집에서 되도록 먼 공중전화에 뻔질나게 향하며 가쁘던 나의 바튼 숨을. 마약과도 같은 그를 끊어내기 위해 공중전화에서 동전이 떨어지며 전화가 끊겨 주기를 바라며 걸던 이별의 마지막 통화도. 고국에 두고 온 남사친에게 무심한 척 걸어대던 무려 국제전화를 걸 줄 알던 생김새도 이국적인 그림엽서 같은 공중전화를... 기억해 나는. 그때는 기다림이라는 것이 있었단다 사랑에. 그래서 인스턴트식 사랑은 설 자리가 없었어. 우린 모두 집밥 같은 진심을 꿀떡이며 사랑을 말했단 말이야.
사랑은 무게가 아니어서 요새 아이들의 사랑과 경중은 따질 수 없지만 엄마도 그랬었다고. 엄마도 한때는 니들처럼 설레는 연애를 하는 여자였던 적이 있었다고... 니네가 엄마는 원래 아줌마로 태어났다고 생각할까 봐 그건 참을 수가 없지 나는. 니들은 모르지 엄마는 아직도 <비포 썬라이즈> 같은 우연을 꿈꾼단다. <부부의 세계> 같은 지리멸렬한 불륜 말고 마음 맞는 남자를 만나 하룻 동안만 유효한 그런 기차 같은 수다 말이야. 아빠도 그것쯤은 용서해 주지 않을까? 아... 그러나 노노 너희 아빠는 안돼. 아빠는 너무 치명적이어서 하루만 연애할 수 없는 남자거든. 그래서 누구에게 하루도 빌려주기 싫지...
이 가을... 엄마만 살짝 집 나갔다가 전어 먹으러 돌아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