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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실천 편 12일 차

비우기 12일 차

by 조용해


남편의 옷장과 아이 옷장이요.


남편은 정리의 달인이라 제가 특별히 정리해 줄 것은 없어요. 다만 옷장을 열어보고 좀…

체형이 은근히 특이해서 특정 브랜드만 입어요. 그브랜드만 맞춘 듯 핏이 살거든요. 어떤 브랜드는 어깨가 끼고 어떤 브랜드는 팔이 길고 어떤 브랜드는 어깨는 맞는데 기장이 짧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옷장의 슈트와 코트와 셔츠들이 100% 그 브랜드만으로 꽉 차있네요. 누가 보면 그 브랜드 매장인 줄 알겠어요.

저는 옷을 험하게 입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은 옷을 입는 건지 모시는 건지 옷이 낡지를 않네요 희한하게. 캐시미어 코트를 저를 4개를 갈아치우는 동안 이 사람은… 이게 언제야 제가 사준 지가 꽤 된 코트인데도 아직도 윤기가 좔좔 누가 보면 신상인 줄… 작년에 사준 코트나 이거 나네요.


저의 결혼 전 공약 중 하나가 나는 원래 정리를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사 자주 안 갈 거고 혹시 가게 되면 이삿짐 정리는 못한다. 그리고 철철이 옷장 정리도 못한다. 그걸 해주면 결혼하겠다. 였거든요. 저도 농담 아니었고… 그런데 그도 농담이 아니었나 봐요. 저 이제까지 이사 안 가고 살고 있고. 사는 중에 회사 이사 한번 했는데 그때 저 정말 짐 하나 안풀었구요. 요쯤 되면 저희 집 철철이 옷장 정리 누가 하는 줄 아시겠죠? ㅎㅎㅎ


이제야 제가 왜 남편의 옷장을 보며 새삼 낯설어하는지 이해가 가시나요?


아이는 왜 이렇게 빨리빨리 크는걸까요? 바지며 셔츠며 니트들은 시즌 지나면 바로바로 버리는데도 바람막이들 패딩들이 다 새것인데 입혀보니 벌써 작네요.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에요. 애들 옷 싸지 않은데. 싼 거는 또 안 입어요. 비싼 것도 지맘에 안 들면 죽어도 안 입네요. 아직은 제게 작아서 저도 못 입어요. 내년 내후년 정도면 애가 입던 거 아까워서 제가 입을 판이에요. 애궁.


저 자랄 때는 언니가 입던 거 많이 물려 입었는데 애가 하나니 물려줄 데도 없고. 요새 누가 남의 옷 물려 입지도 않고… 아깝지만… 작년에 신랑이 애옷을 물어보지 않고 버렸다가 애먹었던 게 생각나서 일일이 물어보고 버리느라 물어봤더니 왜 안 하던 정리를 하며 자기를 괴롭히냐는 표정이네요 ㅎㅎㅎ


이로써 저의 소정의 목표는 이룬 샘입니다. 애초에 옷장 정리를 목적으로 시작한 비움 프로젝트이거든요.

아직 서랍장 등등 소소한 것이 남았아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소한 거니까요.

어쨋든 홀가분하네요.


옷장 정리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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