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13일 차
위 2탄
저번에 화장대 위까지 하다가 지쳐서 관뒀어요. 지금요? ㅎㅎ 물론 그때 비워진 것의 1/3이 새로운 무엇인가로 채워졌죠. 신발장 위에는 향처럼 생긴 디퓨져를 올려놓았고요. 산타 할아버지가 있던 자리에 마스크들이 놓여 있어요. 맨날 마스크 찾는 거 귀잖아서. 또 꼭 나가려면 신발 신으면서 생각이 나서 거기 뒀어요. 화장대 위에는 약간의 화장품 신상이 조금 아주 조금 추가되었어요. ㅎㅎ 궁금했거든요. 효능이. 얼마나 예뻐지는지? 정말 광고에 나오는 연예인 얼굴이 되는지 ㅎㅎㅎ 부질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늘 비울 곳은 싱크대 위
정말, 콘도 같은 집이 꿈인데… 생활의 흔적은 지울 수가 없어요. 다 상부장 하부장에 넣어버린다 쳐도 어쩔 수 없이 매일 쓰는 물건들이 있잖아요. 토스트기, 커피머신, 주서기, 전기포트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애네들은 어디에 넣기도 그렇고,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집엔 전기밥솥이 없다는 거예요. 덕분에 하나 줄였죠. 찬밥도 싫어하고 차라리 햇반이 나아서 압력밥솥 쓰고 전기밥솥 안 쓰거든요. 그런데도 토스트기 옆에 식빵, 커피머신 옆에 커피 주서기 옆에 주스 만들 과일 이렇게 늘어놓으면 몇 개 안 늘어놓아도 싱크대가 꽉 차요. 거기에 설거지 몇 개 안 하고 도마 좀 올라오고 하면 영락없는 폭탄각이죠. 그래서 싱크대 위는 매일 치워도 본전이에요. 개미지옥이 따로 없어요.
그래서 일단은 어쩔 수 없는 6형제들 (토스트기, 주서기, 커피머신, 전기포트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만 놓고 모든 것은 다 치워 봤어요. 그리고 전선들을 좀 정리해줬더니 좀 났네요. 이게 최선이에요. 이곳은.
다음은 침대 옆 협탁 위 남편 사이드 협탁 내 사이드 협탁. 한때 없애 볼까도 생각했는데 자다가 더듬는 자명종도 핸드폰도 놓을 때가 마땅치가 않아서…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유사시 아래 서랍에 그 모든 것들을 싹 쓸어 넣으면 완전 범죄가 가능하다는 점이죠^^ 낮에는 서랍에 뒀다가 밤에 소환하는데 그 위에 단골손님은 각종 핸드폰과 타블릿들. 그것들을 충전하느라 늘 장사진입니다. 거기에 보조배터리까지… 밤에 보면 각각의 기기들이 내뿜는 불빛들로 취침등이 필요 없을 정도라니까요. 거기에 스탠드까지. 덕분에 가끔은 정말 공상과학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여러 가지 선이 연결되어 있는 체로 누워 있는 제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마치 식모 로봇의 충전 스테이션 같아요 ㅎㅎㅎ(영화 <라이프 라이크> 보셨어요?)
문제는 전선들이었어요. 불필요한 전선들을 타이로 묶고 좀 짧게 해서 연결하니 좀 가뿐하네요.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동거할 수밖에 없는 기계들의 선을 정리하는 게 주 된 일거리였습니다. 이리저리 나뒹구는 선만 정리해도 좀 단정해진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