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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실천 편 10일 차

비우기 10일 차

by 조용해


냉장고 열 때마다 기분 좋아서 … 며칠 갈지 모르지만 ^^ 이 기분을 유지하고 싶어서 부지런을 떨어봤습니다.


냉동고 파먹기를 시작했습니다.


즈이집 냉동고는 언제나 토를 하고 있는 상태라 그것을 열 때는 약 30cm 정도는 떨어져서 열어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언제 무엇이 떨어져 제 발등을 찍게 될지 모르거든요.. 그러한 이유로 이것을 여는 것은 우리 집에서 금기 아닌 금기입니다. 우리 두 남자는 사실 이곳에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ㅎㅎㅎ 그래서 큰 걸로 사자니까… 애초에… 좀처럼 의견을 내세우지 않은 남편이 유일하게 반대했던 것이 냉동고 큰 거 사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제스타 일에 대한 파악이 끝난 그는 알았던 거죠. 큰 걸 사면 또 그것에 맞추어 제 시장 보는 스케일이 커진다는 것을요 ㅎㅎㅎ 인정.


일단 그 안의 것들을 분류를 하자면

1. 작정하고 사다쟁인 것

2. 먹고 남은 것

3. 정체 모를 것

이렇게 나눌 수 있겠습니다.


역시 육식주의자들이 사는 집답게 작정하고 모은 것은 스테이크 두껍게 썰어 놓은 것들, 연어 비늘 정리해서 껍질째 한번 먹을 것 분리해 놓은 것들, 떡갈비, 닭날개 밑간해 놓은 것들, 만두피, 만두속, LA갈비, 돈까스 탕수육, 얼린 모둠,해물 얼린 새우, 치킨너겟, 피자치즈, 유부 요정도구요.


먹고 남은 것들은 국 종류: 육개장 미역국 짜장 카레 주로 양 조절에 실패해서 한번 정도씩 먹을 분량입니다.


문제는 정체모를 것들인데 이것도 2번과 맥을 같이 하긴 하지만 문제는 넣어놓고 잊어버려서 결국엔 먹을 수 없는 것들인 것을 본인도 냉동고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생이스트가 있군요. 한 번에 다 빵을 만들기에는 양이 많아서 소분해서 박아놨네요. 첨엔 열렸다 녹으면 얘네들이 다시 활동을 할까 해서 반신반의하며 얼렸는데 빵빵하게 부풀리더라고요 빵을 Keep.

생크림을 얼음틀에 얼려놨네요. 까르보나라라 할 때 아쉰대로 쓸만해서, 글고 얼려 놓은지 얼마 돼지도 않았고 keep.

이 누리 팅팅한 주먹만큼의 이것은 무엇일까요? 혀끝을 대봐도 영 모르겠네요. 국과수에 맡겨도 모르겠어요. Out.

녹색 무더기는 시금치인지 봄동 삶아 놓은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녹여서 국을 끓여 봤습니다. 배춧국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 냉동고 상태가 좋은 건지 제가 어쩌다 잘 삶아 놓은 건지 적당히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요

세상에나!! 지난여름에 사놓은 동치미 냉면 육수가 있네요. 엊그제 냉장고 정리하면서 청수 냉면이 있길래 버려말어를 고민하다가 유통기한이 남아있어서 놔뒀었는데 이 둘을 꺼내서 해치워야겠어요. ㅎㅎㅎ 새거라 버리면 죄짓는 기분이라. 어째요 한겨울에 냉면 먹게 생겼네요. ㅎㅎㅎ


2번의 국들과 짜장 카레만 버려도 이렇게 널널한 것을 이제는 양 조절에 실패하면 그냥 버려야겠어요. 잘 될지 모르지만. 버리기엔 너무 맛있단말이죠. 그 당시는. 그런데 지금 정도는 또 버릴만하네요. 별로 아까운 마음도 없고 맛도 기억이 안 나서 ㅎㅎㅎ 역시 망각은 필요한 거였어!


그밖에 왜 꿍쳐 놓은지 전혀 이해가 안 가는 잡다한 것들 치즈 남은 것들, 돌아댕기는 떡들, 바나나는 왜 얼려뒀을까가 의문...


이상의 것들을 비우고 나니 나름 규모 있게 살림하는 척하는 냉동고로 재탄생했습니다. 이 맛에 비우기 합니다. ㅎㅎㅎ 냉동고 비우기로 자존감을 회복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네요. 곧 장 보러 갈 예정인데 남은 용량을 계산해서 또 채우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봅니다. 이건 결심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서 …

원래 냉장고 냉동고는 본 용량의 70% 이하를 채워야 성능이 유지된다던데 그런 거 치고는 요새 기술이 뛰어나요. 우리 집 애들은 저희 집에 온 이후로 용량을 맞춰 본적이 없이 늘 용량 초과였는데 잘 버텨주네요. 기특한 것들.


번외로, 저희 집에 ‘로도리’라는 아주 기특한 아이가 있습니다. 청소로봇-로봇청소기를 이렇게 부르니 뭔가 대단한 거 같네요ㅎㅎ-인데요. 제가 하두 기특하여 이름을 붙여줬죠. 가끔은 칭찬도 해주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묵묵히 청소하는 야의 궁둥도 팡팡해줍니다.

혹시 로봇청소기 안 쓰는 분들 강추합니다. 따라다니면서 바닥에 물건 치우는 게 더 일이라고 안 사시는 분들도 많던데… 정말 삶의 질이 달라져요. 우리 집 파출부 삼총사 로봇청소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저는 얘네들을 너무 사랑합니다. 정말 애정 뿜 뿜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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