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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Nov 26. 2022

초등학생, 밤 기저귀를 못 뗀 이유

알고 보니 엄마인 내 잘못이었네

  첫 돌 조금 지난 무렵부터 밤에 소변을 전혀 보지 않던 첫째와 달리, 둘째 아이는 초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밤 기저귀를 온전히 떼지 못했다.

  기저귀 떼는 연습이야 3살부터 해서 낮에는 소변을 잘 가렸지만, 항상 밤이 문제였다. 시간이 지나면 아뇨를 안 하는 주기가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인터넷에 나온 정보에 만 5세까지는 기다려보고, 이후에도 안 고쳐지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여 무턱대고 5살까지 기다려본 영향도 있으리라. 

  잠 자기 전 2시간 전부터는 물을 안 마시게도 해보고, 야뇨에 은행이 좋다고 해서 은행도 먹여보고, 산수유가 좋다 해서 산수유 원액도 물에 타서 마시게 했지만 좀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소아과도 몇 군데 찾아가 봤지만, 소아과 의사는 야뇨증을 낫게 하는 약이 뇌 호르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까, 처방보다는 아이 스스로 고칠 수 있게 기다려보자는 조언만  뿐이었다.

  결국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언제 이불에 실례를 할지 몰라 기저귀를 하고 재웠는데, 혹시 기저귀 때문에 밤에 실례하는 걸 아이가 못 느끼는 건가 싶어 기저귀를 안 채웠더니, 아이가 며칠 내내 이불에 지도를 그렸다. 그리고 아이는 그 소변이 거의 다 마를 때까지 자신이 쉬를 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정말 말 그대로 아주 푹 잠들었던 것이다.  나의 인내심은 거기에서 한계에 다다랐다. 아니, 어떻게 바지가 축축 할 텐데도 잠에서 안 깰 수 있는 걸까?

우리 부부는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전문가의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까지 아뇨로 인해 병원에 오는 듯했다. (아뇨로 병원에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에 소변 일지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파악이 가능했다)

본 진료에 앞서 간호사는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실례를 한 횟수부터, 부모님의 아뇨 이력, 출산방법 및 모유 수유 이력 등등 이런 정보도 필요할까 싶은 것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물어보았다.  

병원은 한 달에 한 번, 갈 때마다 한 달 내내 아이의 소변 시간을 기록한 일지를 작성해서 가야 했다. 방광 초음파와, 잔뇨 체크까지 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 우리 아이는 방광의 크기가 또래에 비해 작았다.  낮에 너무 자주 화장실을 가서 소변을 보는 봐서 방광이 커질 여지가 없었다는 것. 방광의 크기가 작다 보니, 밤새 모인 소변이 방광 크기보다 넘쳐서 밤에 실례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소변 기록 일지를 보며, 왜 아이를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게 하느냐며 쓴소리를 했다.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는 차를 타고 어디를 가게 되면, 아이가 소변이 마렵지 않다는데도 얼른 화장실 가서 일단 소변을 보라고 강요를 했다. 그러면 아이는 마렵지도 않은 데 가라고 한다며 못마땅한 얼굴로 화장실을 다녀오곤 했다. 언젠가 한 번, 긴 여행길 차 안에서 갑자기 소변이 너무 급하다고 했던 아이의 말에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너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으로 인해 우리는 아이에게 늘 이동하기 전에 마렵지도 않은 소변을 보고 올 것을 강요했고, 그 결과 방광이 제대로 크지 않아 야뇨증으로 돌아온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이 나이의 아이는 3시간까지는 소변을 참을 수 있으니, 매일 물 많이 마시고, 소변 참는 연습을 시켜서 방광을 키우라고 하셨다. 우리 부부는 그러고마 대답하고는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내방했으나, 아이가 낮에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 참는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다 보니, 항상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부부는 일단 아이의 소변 텀을 늘리는 데 집중을 했다. 아이에게 왜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참는 연습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었다. 그리고 야뇨 경보기를 착용해서, 밤새 아이가 소변을 보게 되면 아이를 깨워서 지금 쉬를 했다고 알려주었다. 야뇨 경보기의 효과인지, 아니면 방광이 그새 자라서인지, 지금은 아이의 아뇨 횟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지금은 이따금 밤에 스스로 깨서 화장실도 다녀오곤 한다.

4주 동안 실례가 전혀 없어야 야뇨증이 고쳐진 것으로 판단한다는데, 아직은 온전히 4주를 버티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만큼 발전한 게 어디랴!

아뇨가 아이의 문제인 줄만 알았는데, 마렵지도 않은 소변을 강요한 부모의 탓이라니... 참, 아이에게 미안하다. 문제가 있는 아이는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는 거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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