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일 때문에 바빴던 남편 때문에 한동안 못 갔던 캠핑을 다시 나갔다. 이번 행선지는 남해 두모마을.
바닷가 캠핑장이다 보니 꾸려야 할 짐이 많았다. 기존 짐에 더해서 구명조끼, 튜브, 수영복, 그리고 갯벌체험을 위한 장화와 바지락을 담을 통까지!
아이들은 언제부터 바지락을 캘 수 있냐고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하지만, 갯벌 체험은 물 때가 있는 법!아무 때나 간다고 해서 바다가 자신의 속살을 보여줄 리 없었다.
오후 4시, 드디어 갯벌 체험해도 좋다는 캠핑장 직원의 이야기에 신나게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바다로 향했다. 바지락이 잡히긴 할지, 고생만 하고 얼마 못 잡는 건 아닐지 많은 걱정을 안고서.
아이들은 바다에 이르자 신나게 호미질을 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호미질을 한 만큼 우리는 바지락을 캘 수 있었다. 노동에 비해 수확이 적다면 아이들도 실망하고, 지루해했을 텐데, 이건 캐는 족족 바지락이 잡히니 신이 났다. 아이들이 갯벌과 한 몸이 된 것처럼 갯벌에서 옴짝 달싹을 안 했다.
갯벌에 있는 것은 바지락뿐만이 아니었다. 소라게와 골뱅이 등 다른 생명들도 있었지만, 그중에 으뜸은 단연 꽃게와 오도리 새우였다. 꽃게는 돌덩이를 들추면 그 아래에 있었지만, 오도리 새우는 바지락 캔다고 흙을 팠을 때 그 흙 속에서 나왔단다. 생각지도 못 하게 새우를 잡은 큰 아이는 신이 났다.
새우와 꽃게를 같은 통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나는 새우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꽃게의날카로운 집게에 새우다리라도 잘리면 어떡하지? 몸통에 상처가 날 수도 있잖아?'
하는 걱정들이 끊임없이 새우가 든 통을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여분의 다른 통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나중에 어떤 날벼락이 있을지 알면서도 밤에 아이들 몰래 새우를 바다에 풀어주었다. 아이도 어느 정도 컸고, 또 생명의 소중함도 어느 정도 깨우친 듯 하니, 내가 설명만 잘하면 수긍할 것 같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다.금기를 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큰 아이는 내내 삐쳐 있었다. 자기는 그 새우를 먹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평소에 해산물은 입에도 잘 안 대는 첫째 아이가 저리 말하니, 나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그 새우는 지금쯤 가족들 만나서 얼마나 신나겠느냐, 그 새우가 또 가족을 만들 테니 바다에 새우가 또 얼마나 많아지겠느냐 등등 온갖 말로 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근데둘째 아들이갑자기 울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너무 큰 애 달래려다 둘째 말에 대답을 제대로 못해준 게 있었나 싶었다. 둘째에게 우는 이유는 물어보자,
새우가 보고 싶어! 엉엉엉~
아, 그... 엄마가 풀어주지 않았어도 형이 새우 먹었을 거라 못 보는 건 똑같았을 텐데, 다시 잡으러 가자할 수도없고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둘째가 서럽고 울고 나니, 첫째가 속상하다는 말을 또 하고 싶어도 동생이 또 울까 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하고 싶은 말을 가슴속에 품어두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메뉴로 나는 바지락 국을 준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첫째 아들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둘째도 마찬가지이다. 그 와중에 남편 왈,
내가 잡은 건데 먹으려니 찝찝하네. 먹어도 되는 거 맞겠지?
난 또, 자신이 잡은 거 먹으려니 죄책감 든다는 말인 줄 알고, 내가 너무 바지락을 식재료로만 대했나 반성하며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잊은 나를 책망할 뻔했다.
큰 아이는 지금도 계속 다시 가면 새우를 또 잡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나도 심히 걱정된다. 다음에 갔을 때 못 잡으면 그땐 또 뭐라고 수습을 해야 하나?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