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20대] 6일차: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by 읽쓰생정

6일차



2주차가 시작되며, 메일로 오는 질문은 더 대담해졌다. 이전에는 간단히 질문만 왔다면 오늘은 이전에 보낸 메일 회신 내용을 내가 직접 마주하게 한다. 컴퓨터 너머 앉아 있는, 이름 모를 이가 본인의 이해를 바탕으로 나의 글을 다듬업 보내주는데, 그가 쓴 문장과 단어들이 내가 담고자 했던 의미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이렇게 보는 것도 나름 새롭다.


이렇게 보니, 내가 의도한 바를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기는 생각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메일 너머 그 사람은 나를 약간 동정하는 듯하다.





질문6: 나의 부모님은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특별합니다. 본인들을 희생하면서 세상에서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런 두 분께 물질적으로 해드릴 수 없는 것은 많지 않지만, 투닥거리는 그 순간조차 소중한 김장하기, 이야기 들어드리기 등 제가 두 분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런 마음을 먹고 나니 새롭게 시작된 한 주가 완전히 새롭게 다가옵니다. 나는 나와 부모님의 시간을 새롭게 채우고자 합니다. 그분들이 나에게 해주시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마음에 새기고 더 소중하게 간직하려 합니다. 나이가 들며 이전보다 유해지신 모습에 마음이 왠지 애잔해지기도 하지만, 더 많이 감사함을 느끼고 두 분께 편지도 써서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아버지/어머니! 오늘은 두 분께 드리는 편지를 적어볼게요.



아버지, 어머니.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로 인사드립니다

생각해보니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직접 편지를 써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편지를 쓰기 전에는 전할 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편지를 쓰려 펜을 드니 어떤 말로 시작을 해야 할 지, 무슨 말을 전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부모님께 감사 인사 드리고자 합니다.


학창시절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제가, 결국 이렇게 저 한 몸 먹여살릴 정도의 돈벌이는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우기고, 멀쩡히 다니던 대학교를 재미없다는 이유만으로 자퇴하고, 그렇게 또 다시 대학에 들어가고... 바람잘 날 없는 저의 젊은 시절 동안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주셔서, 무엇보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어머니, 아버지를 보면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이제 학생도 아닌 저를 위해 여전히 밥을 챙겨 주시고, 뭐라도 주시려 하는 모습이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이제 제가 부모님들께 받은 것들을 돌려주어야 할 때인 것 같은데도, 불편한 마음을 안고도 계속해서 받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제 모습이 초라해 보이곤 합니다.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찾아올 것이라 믿었는데, 제가 꿈꾸는 경제적 여유라는 것은 열심 보다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아직 저 혼자 결정하고 통보형식으로 부모님께 말하는 제 방식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습니다. 사실 버려야 할 필요를, 포기해야 할 필요를 잘 못느끼기도 합니다. 삐뚤어지거나 부모님께 부끄러운 선택을 하지 않을 자신은 있기에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는 두 분이 사시는 모습 속에서 배워왔기에 우려하는 마음을 조금 내려 놓으셔도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처럼 저를 믿어주시고, 기도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편지를 쓸 때면 항상 제 이야기만 잔뜩 적어서 보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 보낸 편지는 부모님께 서운한 감정을 가득 채워 보내, 한바탕 크게 싸웠던 기억도 나네요. 지금은 그 때 어떤 생각으로 편지를 썼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그 때 느낀 감정이나 생각들은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었거나 또는 그냥 없어졌나 봅니다. 어머니 말씀대로 지나보면 별 것 아닌 것을, 순간의 감정으로 너무 깊게 받아들여 불필요한 상처를 만들고 다닌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저와 함께한 29년의 삶은 어떠셨나요?

어머니, 아버지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고 싶으신가요?


2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저와 함께한 시간들이 부모님께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있듯이 어머니, 아버지도 미래를 꿈꾸고 있으신가요? 꿈꾸시는 미래에 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한 평생 3남매 키우느라 고생하셨으니 이제 저희가 조금씩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일만 하셨으니, 주말에 취미활동이라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집안일이 어느새 취미이자 특기, 할 줄 아는 모든 것이 되어버린 부모님의 모습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닌 어머니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기를, 자녀들과 조금은 분리된 두 분만의 삶과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무엇보다 걱정 없이 놀러다니실 수 있게 제가 충분한 돈을 벌어야 되는데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어떻게든 만들어 보겠습니다!


편지만 보면 효자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시죠?

앞으로도 많이 부딪히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와 함께한 시간이 길수록,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대화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더 가까운, 정말 가족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우리 가정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도 함께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갈 날은 많기에, 그만큼 어려운 나날도 많이 남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기에 어떤 순간에도 함께 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사랑해요. 오늘도 일상 속에 웃으실 일 가득하길 바래요.



<계속>


* [안녕, 나의 20대] 시리즈는 제3자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변하며 과거의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제가 실제로 참여한 프로그램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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