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20대]7일차: 요즘 나의 일상

회사를 빼면 나는 무슨 일에 시간을 쓰고 있을까

by 읽쓰생정

7일차



어제 아침 부모님께 편지를 쓰며 하루를 시작하니, 상쾌함보다는 뒤숭숭한 마음이 하루 종일 유지되었다. 편지를 쓰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기에 어색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그렇게 오랜만에 쓰는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쓸 내용이 없어 생각을 쥐어 짜내는 내 모습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이 있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할 말들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익숙한 일상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은 상태가 되어 할 말이 더 없다. 이전에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어긋남까지 다 들고일어나 맞서 싸웠지만, 이제 어느 정도 서로 간에 필요한 거리를 알게 되어 큰 흔들림 없이 시계추처럼 약간의 기복만 남아 있을 뿐이다. 흔들리더라도 결국 제 자리로 돌아오는 관계. 아침에 눈 떠지는 것이 내 의지가 아닌 것처럼 가족과 살아가는 삶도 그저 그렇게 주어지는 것이 돼버렸다.


글쓰기 강사는 어제 쓴 편지를 부모님께 전달하기를 원했을까? 그럴만한 내용이 안에 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내가 쥐어짜냈다는 느낌을 받고 '이 사람도 별반 다를 게 없구나'라고 생각했을까? 다시 한번 읽어봐도 별 내용 없는 그 편지는 아마 부모님께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죽더라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그 글을 부모님이 읽게 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편지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어야 할 하나의 덕목. 정성이란 것을 내 편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진실이 통한걸까. 오늘 질문은 신파극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질문 글쓰기라는 것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하루를 시작하는 글쓰기 주제가, 강사와 나의 미묘한 줄다리기 속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분명 이 수업도 강사가 끌고 나가고 싶은 방향이 있을 텐데, 내가 그 방향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각자에게 맞춘 질문들을 해준다는 컴퓨터 너머 그 사람은 정말 이러한 질문들이 나를 찾아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 건지,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대면해서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매일 아침 질문들을 던지는 것 같은 그 사람의 당황하는 얼굴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질문 7: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적어봤지만 어쩐지 정말 어색했습니다. 나의 세계에서 아직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 분이기에 더더욱 그런가 봅니다. 저는 사실은 이제 조금씩 제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작업의 일환이 글쓰기이기도 합니다. 쓰기를 하면 생각이 조금은 정리되기 때문이죠. 요즘 저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혹은 최근) 제가 회사 일 이외에 했던 일을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요즘 읽는 책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을 구매하여 말 그대로 소리 내어 읽고 있습니다. 너무 감성적인 책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시와 소설 구절들을 소리 내어 천천히 읽다 보니 문구들 의미가 더 확실하게 와닿았습니다. 한 번에 읽기보다 하루에 조금씩, 긴 시간을 두고 읽어야 되는 책인 것 같아 더 읽고 싶어도 3편 이상을 안 넘기려 합니다.


저자가 말하듯 여유를 갖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괜히 성우처럼 목소리를 꾸며 보기도 하고 의미 단위로 끊어 읽어 보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 보이는 좋은 문구들은 따로 정리하고 외우는 것도 마음의 여유를 갖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을 사러 갔을 때,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단편집도 눈에 띄어 그 자리에 서서 빠르게 읽어 보았습니다. 요즘 나오는 책들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요즘 한국 소설들은 옛 소설과 달리 ‘담백’하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대한 묘사도, 인물의 묘사도 이전 세대의 책처럼 자세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황 속에서 독자가 각자의 바람대로 생각하도록 두고, 우리 일상과 가까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이 문장의 담백함을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에서도 느꼈지만 저는 아무래도 현대소설에는 마음이 잘 가지 않는 옛날 사람인가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은 세계문학 전집입니다. 고전/근대 소설의 경우 장면 묘사가 지루할 정도로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루하더라도 초반에 한 줄씩 그 화면을 채우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그리고 있는 세계가 제 마음에 태동하는 것을 느낍니다. 작가가 오랜 기간 고민하여 완성한 세계가 텍스트에서 제 마음으로 넘어오는 그 과정이 좋습니다. 요즘에는 카르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으며 그러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글쓰기 수업을 시작한 저번 주 월요일부터 6시 이전에 일어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근무시간은 10시~19시 이기에, 더군다나 퇴근시간을 제 때 지킨 적이 거의 없기에 평일 주간시간은 활용할 수 있는 시간 확보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아침을 조금 더 생산적으로 쓰기 위해 저만의 루틴을 하나씩 채우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가 익숙해지면 다른 것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헬스장에 가는 것은 꽤 오래되었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1주일에 4번 정도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옵니다. 운동을 하고 오면 8시~8시 30분이 되는데, 영어 공부를 하거나 밀린 개인 업무를 합니다. 요즘에는 그 시간에 글쓰기를 하고 있구요! 사실,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이 시간 그대로 한 편씩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 생각도 정리하고, 제가 내고 싶었던 단편집 준비도 시작하려 합니다. ‘준비하고 싶습니다’는 너무나 많이 말했기에, 이번에는 진짜 하려 합니다.


주말에는 데이터 프로그램 과외와 영어학원에 갑니다. 현재 인사직무를 하고 있지만,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에만 빛을 발하는 인사직무 보다 성과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데이터 분석 직무가 하고 싶어 과외를 반년 정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제 수입에 비해 큰 금액의 과외비를 내고 있지만, 좋은 선생님 덕분에 이번에 대학원도 지원할 수 있었고(합격 발표는 아직 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지식뿐만 아니라 그분의 삶에 대한 태도나 사고방식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기에 돈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다만, 너무 달려오기만 한 것 같아 한 템포 쉬기 위해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그만두려 합니다. 영어 과외의 경우, 외국인들이 많은 재직 회사에서 영어실력을 올릴 필요가 있어 다니고 있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조금씩 공부하다 보니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머리가 그렇게 좋지도,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저이기에 '성실함' 하나만이라도 붙잡고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현재의 삶에 대한 관심 내지 집착이 한층 더 강해졌습니다. 어떻게든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저번 주 토요일에는 몇 년 동안 케이스를 열어보지도 않았던 테너 색소폰 레슨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손이 굳기 전에 슬플 때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곡 또는 남들을 축하하는 곡 한 곡 정도는 자유롭게 연주하고 싶어서요. 요즘 들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배우고 그것들이 내일의 제가 된다는 것이 참 새롭고 재밌습니다. 아직 제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많은 것을 도전해 보고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소중한 나의 시간, 어떻게 쓰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틈틈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담보다 설렘이 더 큽니다.



선생님의 일상은 어떤 것들로 채워지고 있나요?





<계속>


* [안녕, 나의 20대] 시리즈는 제3자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변하며 과거의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제가 실제로 참여한 프로그램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


이전 07화[안녕, 나의 20대] 6일차: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