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20대] 9일차: 내가 살고 싶은 일상

갖기 힘든 평범한 일상

by 읽쓰생정

9일차



질문 9: 모든 사람에게 꿈은 소중합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그런 점에서 사실은 모두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책을 쓴 도스토예프스키 또한 굉장히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적어도 본인의 욕망에 충실했다고 분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와는 별도로 오늘은 내가 적고 싶은 내용에 대해 적겠습니다. 오늘은 나에게 어떤 일상을 살고 싶은지 묻고 싶습니다.



커다란 목표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에게 있어 일상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커다란 성과를 기대하다 얻는 실망감보다는 조그마한 기쁨의 연속 속에 살아가는 것이 더욱 활기차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그마한 일상이 모이면 무시못할 큰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하기에 더욱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 습관을 들이고, 습관들이 모여서 어느새 큰 변화를 이룬다는 것을 올해 ‘진짜로’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면, 매일 아침 짧은 문장을 영작하고 발음을 녹음해서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근 1년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짧은 순간들이 모여 그래도 약간은 영어 회화실력과 발음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또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니, 몸도 예전보다 보기 좋아졌습니다. 매일매일 변화를 체크하면 잘 모르겠는데, 한참 지나고 문득 생각이 들어 확인하면 크게 변화되어 있습니다. 결국 성실함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꾸준함. 꾸준함이 모여 재능을 이기고, 더 모여 자신감을 만듭니다. 재능 있고 꾸준한 사람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가 기특하면 된거니 앞으로도 좋은 습관 하나 들이려 합니다. 어떤 일상을 만들고 싶은지, 지금 어떻게 그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등을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면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언젠간 도달하지 않을까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결국에 사람은 저마다 하고 싶은 방향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당기기 마련이니까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한 번에 만족할 만한 것을 얻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누구나 이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특별함을 근거로 그 낮은 가능성에 베팅하기에 있던 가능성도 더 없어지는 형국입니다. 그렇다고 조그마한 실천을 매일하는 것도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유혹과 관성을 벗어나 귀찮은(?) 행동습관을 내 몸에 적응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쉬운게 아닙니다.


나는 왜이렇게 살지 하면서도 인터넷 만화를 보며 낄낄댑니다. 아, 시간아깝다 하면서도 사지도 않을 물건들, 가보지도 않을 명소들, 관심도 없는 미술품이나 보고 있습니다. 생산적인 것들로만 제 삶을 가득 채우고 싶은데 쓰잘데기 없는 것들로 가득찬 상태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보면 어쩌면 이게 제가 원했던 삶일지도, 내가 만들어낸 나와 어울리는 일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 또한 열심히 꿈꾸고 바래야 만들어지는 것임을 선생님도 알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원하는 일상을 만들고 있으신가요?


앞에서 결국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상이 흘러간다 썼으면서도 몇 문단 지나지 않아 입장을 바꾸는 제가 웃기네요. 사실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진정 원한다면 결국 일상에 와있다’와 ‘지금의 일상이 내가 바랬던 삶이다’는 어쩌면 너무나 가까이 있어 고개만 까딱해도 다른 한쪽으로 기울어 버리곤 하니까요.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듯이 일상에 대한 욕망과 체념은 항상 함께 하는 듯 합니다.


일주일 168시간 중 통근시간을 합친 근무시간 52시간(혹은 그 이상), 씻고 자는 시간 56시간, 예배드리는 시간 6시간 등 필수적으로 나가는 시간들을 제외하면 제가 일주일 동안 쓸 수 있는 시간은 50시간도 채 안됩니다. 이 짧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누구와 만날 것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며 보낼 것인지 정하는 것은 큰 결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인'이 되어, 돈이 조금 해결되니 이제 시간이 잡습니다. 시간을 팔아 돈을 버니 당연히 없을 수 밖에요. 어렸을 때는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샀었나 봅니다. 그렇게도 시간이 가지 않았는데… 하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또한 그것들을 이제야 시작하기에 매주 우선순위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그 고민이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되지 않습니다. 순서의 문제일 뿐, 언젠가 꼭 할 거니까요.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대가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어제 밤, 또 다시 늦게 퇴근해 자정이 넘어 잠에 들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워 어떻게 내 일상을 긍정적인 루틴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럴 수 없다면 그 불규칙적인 삶을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요즘 잠이 잘 오지 않는 이유는 야근 때문이 아닐겁니다.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제 20대가 아쉬워서, 이 시간이 어쩔 수 없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제 상황을 자꾸 돌아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제 처지가 불쌍하다거나 한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때로 돌아가도 더 좋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나이, 그 시절 그 당시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고 싶은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최선의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과가 최선의 선택인지를 말해주는 지표라면 그리 최선은 아니었나 봅니다. 어떤 결과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냐 물으신다면, 저는 또 다시 ‘시간의 가난함’이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선 정비하고 나아갈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을 얻으려 발버둥쳐야 하는 지금 제 생활이 이전 제가 한 선택들이 그리 좋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데, 후회해봤자 바뀌는 것도 없고 후회하는 그 시간마저 아깝기 때문입니다. 이게 성공한 사람들이 '실패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라 말하는 자기합리화인지 시간들여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는만큼,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되는데 참 어렵습니다. 예정된 시간을 넘어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시작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계속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제 모습만 봐도 그렇습니다. 꽤나 많이, 조금이라도 빈 시간이 주어지면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해 ‘쉬는데’ 시간을 써버리고 맙니다. 결국 나를 위해 투자할 시간은 그 시간 밖에 없는데 말이죠.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지만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다 보니 항상 시간에 쫓기는 것 같네요.


‘어떤 일상을 살고 싶어?’ 라는 질문에 대한 ‘오늘의 제 대답’은 <하루를 마감하고 잠이 들 때, 그 어떤 걱정도 없이 편히 잠드는 일상>입니다. 제가 내뱉는 숨과 말들, 선택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 앞으로 만들어갈 나의 일상과 인생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편히 잠들 수 있습니다. 고민이 있더라도 내일의 나를 믿고 편히 잘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 것은 시간 속에 놓인 수많은 나와 연대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과거의 나와 연결되어 미래의 나의 손을 잡고 따라 걷는 것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등질때야 비로소 모든 제가 한 자리에 모여 눈을 감으리라 생각합니다.


“삶이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것이다”


제가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아니면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 문구가 부담이 된다 말하지만, 저는 ‘증명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다 보면 증명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스스로 후회 없는 오늘을 살아가면 그만입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합니다. 매일 같은 일상이 또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만의 일상’이 시작합니다.


부디 오늘 밤은 웃으며 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 [안녕, 나의 20대] 시리즈는 제3자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변하며 과거의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제가 실제로 참여한 프로그램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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