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20대] 13일차: 기대와 체념(3)
현실 속의 나, 내 안의 현실
13일차
질문 13: 오늘은 어제 쓰다 만 민정씨의 키워드를 이어서 적어 볼까요?
인정과 체념. 어떤 이는 말장난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에 둘 다 계획했던 일을 하지 못한 것이니까요. 또 어떤 이는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그 이전에 세웠던 이상적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라고.
오늘은 현실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 주위에선 ‘어쩔 수 없지, 현실과 타협해야지’, ‘이제 일상으로, 현실로 돌아가야지’라고 말하는 이들을 꽤나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현실이라는 말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분위기가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을 분리합니다. 우리가 두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을 귀양가는 곳 마냥 가기 싫은 도착지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현실과의 타협'을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 것이겠죠. 타협은 포기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또한 타협은 이타심 짙은 양보를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타협이라는 것은 상대와 나의 서로 다른 요구들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표준국어사전에서는 타협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서로 양보하여 협의함”
수용 가능한 범위의 양보. 목적 달성을 위한 치열한 협의...
우리는 현실에게 무엇을 양보하고, 어떤 것을 얻었나요?
현실의 벽이라는 것을 부딪혔을 때, 그 안에서 어떤 협의점을 찾고 실현하고 있으신가요?
제가 생각하는 현실은 ‘사고하는 우리’가 존재하는 모든 세상입니다. 마음속의 가지고 있는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가 발 붙인 곳, 여기가 현실입니다. 현실과의 타협이라는 말은 왠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갔다는 느낌을 줍니다. 저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처럼 '반드시 이룰 것임을 믿어라'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기 원했던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은 이루기 힘듭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라고 소리치는 사회 속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드니까요. 열심히 노력해도 그 끝의 결과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양새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토록 바랬던, 지금도 바라고 있는 그 삶들을 현실에게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꿈을 양보하고 그 대가로 받은 것이 고단함뿐이라면 오리려 양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바랬던 삶을 스스로 수정하며 맞춰가는 한이 있더라도 마음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양보는 남에게 미루어 주거나, 자기의 주장을 굽혀 남의 의견을 쫓는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는 삶을 미루어 줄 필요도, 주위의 의견에 따라 굽힐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현실을, 일상을 소유하여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소유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내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룬다는 의미가 절대 아닙니다. 정말 후회 없이 노력하고, 그때로 돌아가도 그만큼은 못한다 생각하더라도 결과는 좋지 않을 수도 있죠. 부푼 꿈을 않고 사업을 시작하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도 망할 수 있습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수많은 이들이 달려들기 때문에 결과는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가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소유는 타인 또는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와 우리의 현실이 충돌할 때, 그 잡음으로 우리의 현실이 계획한 바와 다르게 흘러가더라도 다시 본인의 중심으로 회귀할 수 있는 주체성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현실을 소유한다면, 우리가 안 보려 하던 현실이 오히려 우리가 쓰러지지 않고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지지대가 됩니다.
이전에 저는 살아간다는 게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떠내려 갈 것 같고, 어중간하게 노를 저으면 제자리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느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제가 단 한 번도 강물이 향하는 방향을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급한 물살이라도 결국 평안한 바다 깊은 것으로 흘러갈 것임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쳐서 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물살에 떠내려 가 보고서야 그곳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것은 우리입니다. 우리가 놓였던, 놓여 있는, 앞으로 두 발로 서 있을 그곳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웃고, 떠들고, 슬퍼하고, 분노합니다. 열의에 가득 차기도 하고, 자존감이 낮아져 풀이 죽어있기도 합니다. 나는 그렇게 현실 속에 살고 있습니다. 나를 벗어난 것들과 비교하기보다 오늘도 열심히, 내 현실을 인정하고 후회 없는 오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을 응원합니다.
<계속>
* [안녕, 나의 20대] 시리즈는 제3자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변하며 과거의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제가 실제로 참여한 프로그램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