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더로 보는 세상
- 이틀이면 벌써 나이를 한 살 더 먹네요??! 올해는 진짜 감흥이 없는 것 같아요!! ㅎㅎ
"그게.. 그러니까 지금 제 앞에서 할 말입니까??"
이제 이십 대 중반인 친구가 한 살을 먹는데 새삼 감흥이 없다며 사십 대 중반을 바라보는 내게 이야기했다.
"그러네.. 안 올 것 같았던 2024년 12월이 진짜 오기는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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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은 이제 정말 끝이로구나 생각했다.
무척이나 운이 좋았다. 이렇게 근근이 버티며 여기까지 온건 정말 나는 운이 좋았어 정말 열심히 살았다.
피할 수 없는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에 의도적인 죽음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하루하루를 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후회 없이 보냈다.
집을 깨끗이 치웠고, 옷을 가지런히 했으며, 담배는 이미 끊었지만 못 끊은 술병들을 자주 치우고
침구정리와 책상정리에 신경 썼다.
몇 날 며칠을 잠에 들지 못했다.
아니 실은 처방받은 수면제 40일 치와 각종 필요시 약들을 비축하기 위해 잠에 들지 않으려 했던 게 사실이다.
"디데이를 언제로 잡을까?" 생각하던 즈음
마지막에 면접을 잠시 보았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 혹시 출근 가능하십니까?
"제가 지금 차를 팔아서 원활한 근무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 차는 당장 필요하지 않으니 현장 근무부터 시작해 볼 수 있나요?
"현재 거주지에서 근무지까지 거리가 조금 있어서 한번 다녀와보고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출. 퇴근 왕복 6시간의 거리는 생각보다 쉬운 거리는 아니었다.
"몸도 정신도 피곤하게 하면 생각이 없어지겠지..? 그래 아무 생각 없이 당분간 조금 지내보자.."
6시간이라는 시간의 출. 퇴근은 생전 겪어보지 못한 피곤을 갖게 했고 마음의 병을 앓을 새를 잊게 했다.
이것은 정말 확실한 강제적 단약이었다.
약을 찾기보다 잠을 찾았고, 주말은 그간 밀려있는 집안일하기 바쁜 나날이었다.
곧 한 살을 먹는다는 직원의 말에
잊고 있었던 작년의 오늘 마음 추운 길을 걸으며 내가 찍었던 사진을 꺼내어 보고
스스로 몸을 매우 고되게 했어야만 했던 일 년 전 내가 생각났다.
발끝이 보이지 않았던 칠흑같이 어둡고 길고 긴 터널을 너는 오래 앉아 있지 않고
씩씩하게 일어서서 잘 걸어왔구나..
늘 항상 그랬듯 너는 부서진 마음을 잘 주워 담아 옅은 빛이 들 때 조각들을 잘 붙여두었구나..
2024년 12월 30일의 사진은
2023년 12월 30일의 사진보다 무척이나 따뜻하고 포근하니 보기가 좋았다.
운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