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카 2nd - Minolta A-7000. 002
셔터를 누르자 모터가 힘차게 돌아간다.
수동카메라의 와인딩이 ‘손맛’이라면,
a7000의 셔터음은 ‘기계의 의지’다.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1980년대의 기술 낙관주의를,
그리고 내 여름을 한 장씩 밀어냈다.
내가 가진 건 일본 내수용 a7000.
외부 스킨은 플라스틱이라 세월과 함께 가수분해가 시작됐지만,
속살인 ABS 뼈대는 묵묵히 버텨주었다.
플라스틱의 부스러짐과 달리,
셔터와 미러, AF 모듈은 여전히 정직하게 움직였다.
1985년, 미놀타는 세계 최초로 바디 내장 자동초점 모듈을 장착한 SLR,
**맥섬 7000(Maxxum 7000)**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전까지 자동초점 모터는 렌즈에 들어 있었지만,
미놀타는 그 모터를 바디 속으로 옮겨왔다.
그 결과 렌즈는 가벼워지고 가격은 낮아졌으며,
포커스는 더 빠르고 조용해졌다.
함께 발표된 A 마운트는
훗날 소니 알파 시리즈로 이어지며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
내 서랍 속에는 35–70mm 번들, 50mm f1.7, 50mm f2.8 매크로,
70–210mm 망원까지 네 개의 렌즈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들은 여전히 a7000과 호흡을 맞추고,
또 소니 디지털 바디에서도 쓰인다.
유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백통’, ‘김밥’, ‘유령’ 같은 별명의 렌즈들—
그 출발선이 바로 이 시절이었다.
어릴 적 처음 만난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삼성과 미놀타가 함께 만든 X-300이었다.
그 카메라는 내 손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배터리 누액으로 작동을 멈췄고,
그땐 고쳐 쓸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버려야 했다.
지금이라면 아마 부품을 구해가며 살려냈을 것이다.
그 아쉬움이 남아선지, a7000은 바디만 세 대를 갖게 됐다.
상단 액정 먹번짐이 생기면 부품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미놀타 렌즈의 색은 종종 ‘수채화 같다’고 불린다.
캐논이 진득한 유화라면,
미놀타는 맑고 번지는 투명함을 품었다.
채도는 차분하고, 명암은 부드럽게 넘어간다.
그래서 미놀타에는 후지나 아크파 필름을 추천하는 이들이 많다.
나도 동의한다.
a7000은 지금 내 손에 바디만 3대가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상단 액정의 액정 먹번짐 현상,
특히 겨울철 사용 시 발생하는 고질병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철에 주로 사용하는 편이고,
하나쯤은 부품용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이제는 소모품처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미놀타의 렌즈는 종종 수채화 같다는 말을 듣는다.
캐논이 진득한 유화라면,
미놀타는 맑고 번지는 여백을 가진 수채화.
채도는 낮고 투명하며, 색은 부드럽게 퍼진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미놀타에 후지 필름을 권한다.
특히 후지 C200, 후지 X-TRA 같은 저가 필름들이
미놀타의 수채화 렌즈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물론 반론이 있다면,
당신의 말이 정답이다.
사진은 결국 개인적인 체험이니까.
하지만 재미 삼아,
여름날의 후지 C200 한 롤 정도는,
꼭 써보길 바란다.
아이러니하게,
내 a7000의 첫 롤은 코닥 프로이미지였다.
차분한 색감, 자연스러운 톤,
그리고 물빛을 머금은 여름의 초록 그늘 속 인물 사진.
그것은 여름을 기록하기에 충분히 적절한 필름이었다.
이 카메라의 셔터음은,
모토드라이버 SLR 특유의 소리.
수동카메라의 와인딩과는 전혀 다른 리듬.
묘하게 기계적인데, 그것마저도 정겹다.
지금의 디지털 셔터와는 전혀 다른,
조금은 투박하고 과장된 기계음.
여름날 포토워크를 나서면
나는 어느샌가 녹음 진한 나무 아래를 찾고 있다.
그늘 속에서 찍은 포트레이트들은
그 계절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낸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이 철컥이는 카메라가,
어쩌면 그 여름을 가장 잘 기억해 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