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카 2nd - contax 139 Quartz 001
찌이익, 달~~칵.
셔터음이 공기를 가르자, 낯선 향이 스며든다.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그러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듯한 냄새.
철과 기름, 먼지와 빛이 뒤섞인 그 향이, 파인더 속 풍경과 함께 내 안으로 들어온다.
한때는 전설처럼 입에 오르내렸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드물었던 카메라.
CONTAX라는 이름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유니콘 같은, 현실 속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지적인 기계.
사진을 오래 찍은 이들 사이에서, 콘탁스를 소유했다는 건 일종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 인기는 아이러니하게도 SLR보다는 G1, T2, T3 같은 P&S 시리즈에 더 많이 쏠려 있었다.
SLR 바디는 렌즈 수급의 장벽 속에 숨어 있었고,
오히려 칼짜이즈 붉은 T* 코팅의 명성만 홀로 시간 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 콘탁스를,
그것도 139 Quartz 모델을
나는 일본의 한 옥션에서, 마치 우연처럼 손에 넣었다.
파인더를 들여다보니, 그 안은 몹시 지저분했다.
흐리거나 탁한 것은 아니지만,
세월과 함께 터프하게 살아온 흔적이 먼지로 남아 있었다.
마치 모래바람을 헤치고 수십 년을 걸어온 여행자의 옷자락처럼.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출 인디케이터는 여전히 또렷했고,
조리개 수치를 나타내는 녹색 LED는 마치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듯 반짝였다.
그 빛은 묘하게도 나를 안심시켰다.
아직 이 친구는, 살아 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카메라는 1979년형 콘탁스 139 Quartz.
야시카 FX-D보다 기능적으로 한층 앞선 고급형 SLR이었다.
그 시대의 최첨단이었던 전자제어 수직 금속 셔터,
EV 0~18의 넓은 측광 범위,
1/1000초에서 최대 11초까지 대응하는 셔터 속도.
조리개 우선 AE와 수동 모드를 오가며,
AE 잠금, DOF 프리뷰, ±2EV 노출 보정 같은 기능들을 단단하게 품고 있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울림은 가볍지 않았다.
중후함과 단정함 사이, 절묘한 한 걸음을 걷는 소리.
그 소리가 내 귓가에 남으면, 마치 다음 장면으로 나를 안내하는 듯했다.
조작 버튼 아래 자리한 셀프타이머는,
작동 시 붉은 눈처럼 깜박이는 작은 표시등을 켠다.
그 모습이 묘하게 귀여워,
터프한 외관 속에서 의외의 따뜻함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과장된 제스처도, 요란한 기계음도 없이,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 마음을 붙잡았다.
디자인은 포르셰에서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일까.
불필요한 장식은 없지만, 선 하나하나가 명확하고 단단했다.
지금의 미니멀리즘보다도 고전적인 미학이 스며 있는 외관.
그것은 단순히 ‘예쁘다’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곁에 두고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안정감이었다.
하지만 세월은 외피를 놓아주지 않았다.
원래의 가죽 스킨은 가수분해되어 손끝에서 부스러져 내렸다.
나는 과감히 그것을 모두 걷어냈다.
드러난 금속 바디는 오히려 담백했고,
지금은 마스킹 테이프를 둘러 대강 감싸둔 상태다.
투박하지만 편안한 외모.
마치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고 앉아 있는, 오래된 친구 같은 모습이다.
렌즈는 야시카 ML 28mm F2.8.
칼짜이즈는 아니지만,
묵직하고 차분한 색감이 은근히 중독적이다.
후지 필름을 끼웠을 때의 맑은 초록과,
코닥의 프로이미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빛이,
이 렌즈를 통해 그대로 필름 위에 내려앉는다.
파인더 안에서는 조리개와 셔터 속도가 정확히 표기되고,
노출값은 눈동자만 굴려도 읽힌다.
무게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산책에 좋은 친구’라는 표현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실내 촬영에서도 흔들림 없는 결과물을 보여주는, 믿음직한 동행이다.
포토워크를 나가면 사람들은 묻는다.
“이건 무슨 카메라예요?”
요즘 보기 힘든 외형,
무게감 있는 셔터음,
그리고 그 속에서 태어나는 필름의 색감.
그 모든 것이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웃으며 대답한다.
“오래된 친구예요.”
그리고 속으로 덧붙인다.
“아마도, 나와 가장 잘 맞는 친구.”
내가 처음 콘탁스를 알았을 때,
그건 꿈이었고, 허상이었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동경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친구는 내 손에 맞는 파트너가 되어 내 곁을 걷고 있다.
어릴 적 우러러만 보던 누군가와
어느 날 우연히 재회한 노년의 하루처럼.
“우리는, 원래부터 잘 맞았던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셔터를 눌렀다.
오늘도, 찌이익. 그리고 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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