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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뚜아니 Feb 14. 2021

#5 조금 까져도 괜찮아.

사용상에는 문제가 없잖아요.

물건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 2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무조건 새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 두 번째는 새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은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반반인 사람이다. 내가 자주 쓰는 물건들은 새 제품을 사려고 하고,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은 새 제품이 아니어도 된다. 자주 쓰는 물건들은 의류, 소형 전자기기 등이 있고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은 침대, 소파 같은 가구들이다. 실제로 집에서 쓰는 가구들 중 몇 개는 반품매장에서 구매를 했다. 반품 제품이라고 해도 크게 흠집이나 손상이 없는 물건들은 눈에 불을 켜고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이상은 기능상 구조상 새 제품과 별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그래도 스크래치, 손상에 민감한 분들이 종종 커뮤니티에 보인다. 그런 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댓글을 보면 ‘저 같으면 그냥 씁니다.’, ‘이거는 심한데요.’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사람들마다 자기만의 만족이 다 다르니까 이해한다.


작년 S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반품매장을 방문한 것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방송이 나간 이후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반품매장에는 방송에 나왔다고 홍보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는 방송 나오기 전부터 반품매장을 알고 있었기에 방송에 나오는 저곳은 또 어느 매장인가 유심히 봤었다. 반품매장별로 취급하는 물건이 다양하게 있는 곳도 있고 특정 물건 위주로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다. 흔히들 말하는 반품은 구매자 변심에 의한 반품, 포장 및 배송 부주의로 인한 반품 등이 있다.


사실 나는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반품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기억나는 반품은 한두 번인데, 옷 사이즈에 실패해서 했던 반품이었다. 반품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굉장히 신경 쓰인다. 그걸 또 택배기사님이 회수해가고 다시 가져가서 검수하고 환불하고 하는 과정이 말이다. 중간에 꼬여서 물건이 분실되기라도 하면 더 골치 아프다. 그 뒤로 더더욱이 철저한 사이즈 검색 및 실착을 통해 구입을 하게 되면서 옷 사는데 굉장히 피곤해졌다. 옷은 역시 번거롭지만 매장 가서 직접 입어보고 사는 것이 최고다.


아이러니하게도 반품이란 행위는 나에게 있어 반가운 존재는 아니지만, 남들이 반품한 물건 중에 내가 찾는 물건이 있고 싸게 구매를 한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래서 요즘 중고제품을 사고파는 거래가 활발한가 보다. 그중에서도 손때 탄 중고 물건보다 상태가 좋은 반품 제품은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본다.


항상 물건을 살 때는 예산을 고민하게 된다. 막상 매장을 가서 보면 늘 그렇듯이 예산 초과되는 물건들이 마음에 든다.  예쁘고 맘에 드는 건 왜 이리 비싼 것일까? 확 질러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 한 번인데 말이다. 플렉스를 해야 하나 욜로로 살아야 하나 고민이다. 실제로 소파를 살 때의 일이다. 매장을 방문해 소파에 앉아보니 내 몸을 촥 감싸며 옆에 버튼을 누르니 발받침이 올라왔다. 커피를 쏟아도 엄마한테 혼나기 전에 물티슈로 닦아서 얼룩이 생기지 않을 듯한 코팅 가죽의 재질은 고급스러웠다. 집안의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들 브라운 계열의 색상은 나를 유혹했다. 더 이상 앉아있으면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듯 내 몸을 받쳐주는 이 느낌에 나는 이걸로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도 결정장애가 있는 나는 소파를 박차고 일어나 매장 직원분께 생각해볼게요 하고 빠져나왔다. 그 뒤로 나는 이성을 찾고 신중하게 생각했다. 과연 예산을 초과해서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말이다.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반품 매장을 방문했다. 여기 앉아보고 저기 앉아보고 내 몸에 맞는 소파를 찾아 나섰다. 반품매장 특성상 다른 손님이 먼저 구매하면 구매완료라고 딱지가 붙어있었다. 종종 맘에 드는 소파는 역시나 구매완료가 붙어있었다. 반품매장에서의 물건 찾기는 보물 찾기와 같다. 먼저 찾은 사람이 임자다. 소파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래저래 둘러보다 백화점에서 본 물건과는 똑같은 브랜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아 보이는 물건을 한두 개 최종 대상으로 결정했다. 판매직원분께서는 이 제품은 단순 구매자 변심으로 인한 환불이라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빙의해 구매 전 소파의 상태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보이지 않는 쪽의 스크래치 한두 개를 빼고는 기능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어 쿨하게 구매를 했다. 새 제품으로 구매할 때보다 몇십만 원은 저렴하게 구매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할인받은 만큼 소고기를 사 먹어야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실제로 사 먹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최종 구매를 하면서 살짝 흥정을 해보았지만 직원분께서는 쉽게 응해주시지 않으셨다. 그래도 뭔가 아쉬워 정중하게 요목조목 얘기를 드렸더니 아주 조금 깎아주셨다. 커피값은 벌었다고 생각했다. 기분 좋게 커피는 사 먹었다. 발품을 팔며 구매한 소파는 여전히 우리 집에서 잘 쓰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의 소파 사용법이란 인터넷 커뮤니티의 재밌는 글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한국인들은 소파에 직접 앉기보다는 바닥에 앉아서 등받침으로 쓴다는 것이다.


소파사면서 그렇게 마음고생, 궁상, 발품을 팔았는데 막상 나도 등받침으로 소파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소파는 역시 등받침용 인테리어 가구다.

우리 집만 그렇게 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집도 그렇게 한다고 하니 공감도 되고 역시 우리는 한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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