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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뚜아니 Feb 15. 2021

#6 햄버거도 인생도 담백하게.

나만의 햄버거 철학.

‘참깨 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빠라빠빠 빠’.

맥도널드는 안 가본 사람 있어도 이 노래는 안 들어본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맥도널드의 빅맥, 버거킹의 와퍼가 최고라고 하지만 나는 치킨버거를 좋아한다. 치킨버거 마니아로서 최근 신흥강자로 떠오른 엄마의 손길로 불리는 맘스터치의 싸이 버거를 모르는 사람을 없을 거라 본다. 여하튼 햄버거집을 가면 나는 고민하지 않고 치킨버거를 고른다. 늘 먹던 기본 치킨버거를 선택한다. 클래식이 제일 좋다. 


여담이지만 나는 햄버거가 완전식품이라고 생각한다. 빵은 탄수화물, 고기는 지방과 단백질, 양상추와 양파는 섬유질과 비타민이 들어있지 않은가. 거기다가 슈퍼푸드 토마토도 들어간다. 물론 소스랑 피클, 탄산, 소금을 뺀 나만의 방식으로 먹었을 때 말이다.

요즘 프랜차이즈 햄버거는  내 맘대로  재료와 세트 구성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좋다. 나름 건강을 생각한다고 소스 빼고, 양상추, 양파 추가하고, 피클 빼고 하면 남는 건 빵, 치킨 패티, 양상추, 양파, 토마토뿐이다. 직접 받아보면 만들다가 만 햄버거처럼 보인다. 이렇게 시키면 종종 주문이 잘못된 줄 알고 직원이 물어본다. 제대로 주문하신 거 맞냐고 말이다. 종종 소스랑 피클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다시 만들어 주신 적도 있다.


햄버거 주문을 완료하고 나머지 세트 구성을 시킨다. 한 번은 햄버거를 기다리며 벽면에 붙어있는 영양성분표를 본 적이 있다. 나는 나트륨 일일 섭취량을 신경 쓰는 편인데 내 생각보다 햄버거가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었다. 그 날부터 소금을 빼고 감자튀김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직원이 5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새로 감자튀김을 튀겨주기 때문이다. 비록 5분 기다리지만 소금이 안 뿌려진 바삭하고 엄청 뜨거운 감자튀김을 먹을 수 있다. 매번 이 뜨거운 감자튀김을 먹느라 햄버거를 먹다 보면 입안이 까져있다. 


역시나 나는 케첩을 먹지 않는다.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먹는 것은 국 룰(국민 룰 :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해진 규칙)이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뭐랄까 갓 튀긴 튀김의 고소한 맛을 즐긴다. 그 고소한 맛은 아주 훌륭한 애피타이저다. 감자튀김을 먹으면 이제 목이 타니 음료를 한잔 마신다. 음료도 내가 선택해서 바꿀 수가 있기에 나는 물이나 탄산수, 제로콜라, 아메리카노를 고른다. 역시나 건강을 생각한 나름의 방법이다. 


이렇게 주문하면 가끔씩은 친구들이나 주변분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햄버거에 생수라니, 아메리카노라니라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친구의 얼굴이 기억이 난다. 특이한 놈이라며 물어보는 친구에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달라고 한다.여기까지 이렇게 주문을 해도 추가금이 발생하지 않으니 기분이 좋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딱이다. 물론 주문할 때 ‘치킨버거 세트 하나 주세요’ 하면 한마디면 끝날 것을, 키오스크에서 이것저것 누르면서 빼고 담고 할 때 살짝 궁상 느낌이 들지만 최고의 맛을 느끼기 위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결제는 당연히 쿠폰을 이용한다. 프랜차이즈별 카톡 친구를 추가하거나 어플을 설치하면 매주 쿠폰을 보내준다. 신제품 출시로 햄버거 단품 구매 시 세트메뉴 업그레이드를 해주거나, 비인기 햄버거 위주로 단품을 사면 세트메뉴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경우다. 그 외에도 햄버거 단품 2개 행사 또는 감자튀김 사이즈업, 디저트 제품 등 다양한 쿠폰을 준다. 치킨버거는 인기가 없어서 그런지 매주 쿠폰을 줘서 나는 너무 좋다. 단품 가격에 감자튀김과 음료를 주니 괜찮은 구매가 아닌가 싶다. 햄버거 가격도 요새는 점점 오르고 있어서 안타깝다. 비싼 햄버거는 국밥 한 그릇 가격과 얼추 비슷하다.


유별난 취향 덕에 햄버거 주문도 복잡하고 어렵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고 쉬운 게 어디 있겠는가. 주변 사람들은 무슨 맛으로 햄버거를 먹냐고 물어본다. 그냥 담백한 맛을 즐긴다고 답해준다. 인생도 햄버거와 같지 않은가. 빵 놓고 양상추 얹고 고기 얹고 양파랑 토마토는 옵션으로 넣고 빵으로 다시 덮으면 햄버거가 완성되듯이 인생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비슷해 보인다. 


나는 담백하고 살고 싶어서 달콤한 소스, 매운맛 소스는 허용하지 않는다. 

그저 담백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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