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 났네 난리 났어.
띵동 ‘대란’ 알림이 뜬다.
1초의 망설임 없이 알림을 확인한다.
'대란'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이다. 대란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크게 일어난 난리 2. 중량이 52~60g인 계란을 뜻한다. 내가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는 '대란'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알림이 뜬다. 급격하게 조회수와 댓글이 늘어난다. 그 이유는 주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크게 세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 정보를 커뮤니티에 정보글로 올리게 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어 크게 난리가 일어난다. 평소에 고가의 제품이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거나 이벤트로 무언가 공짜로 지급이 될 때를 대란으로 생각하면 된다. 결국에 구입이나 지급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 흔히들 대란에 탑승했다 라고 한다. 처음 정보글을 올린 작성자에게 대란에 탑승한 사람들이 감사의 인사를 댓글로 남긴다. 훈훈한 인터넷 문화이며 커뮤니티의 순기능이 아닌가 싶다.
성공한 자가 있으면 실패한 자도 있는 법이다. 실패한 사람은 아쉬워하는 댓글을 남기며 다음 기회를 노린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인터넷 문화가 아닌가 싶다.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이 비일비재 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간혹 본인 입장에서 대란급 정보라고 판단돼 글을 올려도 다른 네티즌들이 대란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란으로 유명한 제품이 하나 있다. 그런 바로 비비고 만두이다.
나에게 있어 만두는 어린 시절 CM송으로 유명한 고향만두 밖에 없었다. 엄마가 솥에 만두를 쪄주면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더 많이 먹겠다고 입천장이 까지게 먹은 기억이 난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비비고 만두가 반응이 뜨거워서 호기심반 의심반으로 구매를 했다. 처음 구매를 할 때는 그저 사람들이 이 가격이면 사야지.라고 댓글이 많이 달려서 뭔지도 모르고 샀다. 한두 번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다. 쪄먹기도 하고 만둣국 끓여먹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첫 구매한 만두를 다 먹어 갈 때쯤 재구매를 하려고 찾아보았다. 그동안 이 만두에 대한 대란 글이 많이 올라왔었다.
어느 순간부터 만두 웨건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했다. 누군가 ‘도와줘요 만두 웨건’이라고 댓글을 입력하면, 만두 웨건이라는 아이디를 가지신 분이 만두 가격 기준표를 올려준다. 만두 가격 기준표는 비비고 만두 1 봉지는 455g인데, 쿠폰 및 여러 가지 할인 다 적용하고 100g 당 가격을 비교해 놓은 것이다. 100g 당 371원 이면 '역대급' , 428원 이면 '대박딜', 514원 이면 '중박 딜', 571원 이면 '소소'이다. 간혹 잘못된 계산방법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수정을 한다. 이렇게 100g당 가격만 보고 이번 거래는 사야 하는지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
역대급은 나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초창기에 여러 가지 프로모션과 할인이 적용되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아주 좋으면 역대급과 대박딜 사이로 보인다. 대부분은 대박딜과 중박 딜 사이에서 구매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종종 재밌는 것이 대박딜 이상이 뜨게 되면 사람들은 만두를 또 산다. 내가 보고 재밌었던 댓글은 다음과 같다. '엄마, 와이프한테 저번에 산 만두가 아직도 냉동실에 꽉 찼는데 또 샀다고 혼났습니다', '이러다가 올드보이 되겠습니다', '삼시 세 끼 만두만 먹습니다', '냉동실에 더 이상 공간이 없습니다' 등의 유쾌한 댓글들을 보면 즐겁다. 이게 또 인터넷 쇼핑의 묘미 아니겠는가 싶다. 저렴하게 살수록 자랑거리가 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이곳의 문화는 참으로 유쾌하다.
이제는 만두 외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이런 식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비록 제2의 만두 웨건은 보이지 않지만 커뮤니티 사람들끼리 암묵적인 그들만의 룰이 있다. '이번 가격은 저번보다 비싸니 패스', '구성이 별로라서 패스' 등의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힌트를 주는 문화가 있다. 그냥 마트 가서 만두 사 먹으면 되지 뭘 이런 걸 가격 따지고 궁상 소리 듣냐 하지만은 이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냉동실에 꽉 찬 만두를 보며 오늘 저녁은 만둣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