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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뚜아니 Feb 12. 2021

#3 핥아 먹어도 되겠느냐?

세상엔 핥아 먹을 것이 많다.

요플레 뚜껑을 핥아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단 핥아 먹을것이 요플레 뿐만 이겠는가?

세상은 핥아 먹어야할 것들이 많다.



큰 마음을 먹고 스타벅스 신제품 케이크를 샀다. 역시나 기프티콘에 추가금액을 내고 별하나를 받고 구매를 했다. 가격은 사악하지만 맛있어 보였다. 나름 큰 딸기가 올라가 있고 부드러운 초코크림 빵이 밑에 가득차 있다. 딸기 맛 좋고 초코크림 맛도 좋다. 사악한 가격만큼이나 맛은 좋다. 한입 먹고 맛있어서 숨도 안쉬고 두, 세번 퍼먹었더니 반이 없어졌다. 몇번 안먹었는데 아쉽다. 정신차리고 포크를 내려놓았다.


커피 다 마시기 전에 케이크를 다 먹을 것 같아서 잠시 다른 곳으로 집중을 한다. 입속에 남아있는 초코크림의 향이 포크를 다시금 집게 유혹한다. 혹여나 입가에 뭍은 초코크림은 없는지 혀를 낼름 해보지만 입가는 깨끗했다. 그래도 최고의 맛을 느끼기위해 참고 애플펜슬을 집어 요즘 취미생활인 그림을 그린다.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하는데 갈색을 골랐다. 갈색을 보니 초콜렛이 생각난다. 못참고 포크로 한입 떠먹는다.


맛있다. 행복하다. 구매하기 전에 영양성분표를 보니 당이 51g 들어있다. 이걸먹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하루쯤은 나를 위해서 괜찮겠지하고 넘어갔다. 역시 단게 맛있다. 한번 놓친 고삐는 날 주체할수 없게 했다. 한입만 먹고 다시 포크를 내려놔야지 했지만 어느새 딸기는 다 사라지고 바닥이 보였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다 먹고 그림에 집중하자라는 마음이 차고 들어왔다. 아껴서 오래오래 먹고 싶었는데 세상일 역시 내 뜻대로 되는것이 없다. 나와의 싸움에서 나는 졌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남은 커피로 달달한 입을 헹군다.


다 먹은 케이크용기에는 초코가 뭍어있었다. 제법 긁어서 먹으면 한 포크정도는 나올 양이었다. 한손에 포크 한손에 용기를 들고 싹싹 초코크림을 긁어 모았다. 역시 긁으니 제법 양이 된다. 최후의 한입을 위해 그림이고 뭐고 초코에 집중했다. 주변을 한두번 둘러보고 싹싹 긁었다. 포크에 제법 쌓인 양을 한입에 털어넣고 이제 초코케이크를 놓아주었다. 아무리 긁어도 남아있는 부분은 포기했다. 만약 집이었다면 핥아 먹었을 텐데 말이다. 초코케이크의 영혼까지 먹은 기분이었다.



지난번에는 이런일이 있었다. 전통시장 방문을 좋아하는 나는 종종 시장구경을 하러 간다. 그날은 망원시장을 갔는데 닭강정, 와플, 호빵, 만두 등 한걸음 걸음마다 냄새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다 먹을순 없으니 딱 하나 먹기로 결정했다. 그건 바로 호떡. 고소한 기름냄새와 달달한 호떡꿀 냄새에 이끌려 호떡집에서 내 발걸음을 멈춰섰다. 내 호떡이 나오고 갓 튀겨낸 호떡을 손에 쥐니 이 맛에 시장에 오는게 아니겠는가 싶었다. 뜨겁지만 과감히 한입 베었다. 오잉? 호떡 꿀, 그 달달함이 안느껴진다. 그 뜨거워서 혀가 데이는 꿀이 보이지 않았다. 밑으로 쏠려서 아직 꿀이 안나오는 것인가? 하고 두번째 크게 한입 물었다. 어? 이쯤이면 달달한 꿀이 느껴져야 하는데 미미하게 단맛이 났다. 내 호떡에는 꿀을 넣다말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닝닝한 호떡을 다먹고나서 이상해서 보니 호떡꿀이 새서 종이컵 바닥에 깔려있었다. 나는 호떡 반죽만 먹고 있었다. 여차저차 남은 호떡 반을 헤치우고 남은건 종이컵에 깔려있는 꿀들. 시장의 한복판에 서서 그 북새통에 나는 종이컵을 입에 바짝대고 혀를 낼름걸렸다. 혀가 닿지 않았다. 버릴까 말까? 포기할수 없었다. 사람들 눈치 보던 말던 종이컵을 찢었다. 드디어 사정권에 들어온 호떡꿀에 내 혀를 갖다대었다. 느껴지는 달달함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궁상이지만 괜찮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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