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착한 궁상입니다.
궁상과 알뜰 그 사이는 없다.
궁상이면 궁상이고 알뜰이면 알뜰이다.
마치 손바닥 뒤집기와 같다. 앞면이 궁상 뒷면이 알뜰, 중간이 없다. 애당초 궁상과 알뜰은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궁상이 되고 알뜰이 된다고 본다. 간혹 본인이 처한 상황이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이면 알뜰이 되겠지만, 누가 봐도 넉넉한 재력을 가진 사람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 한다면 궁상이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같은 궁상이라도 착한 궁상과 나쁜 궁상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은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느냐 안 하느냐 차이라고 정하고 싶다. 나는 항상 궁상을 할 때 한번 생각을 한다. 멀리 제삼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내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는지 말이다.
실제 내가 막내 직원일 때 겪은 일이다. 직장 내에서 조직의 장을 맡은 사람이 점심에 직원들과 같이 점심을 먹었다. 늘 높은 사람이 계산하고 베풀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항상은 아니더라도 때때로는 베풀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나의 경우에 한 번도 그러지 않은 상사가 있었다. 식사는 항상 더치페이를 하고 커피는 혹시나 자기가 낼까 봐 먹지 않은 그런 상사였다. 간혹 그 밑에 분이 커피를 산다고 하면, 양심이 있으면 아메리카노를 먹을 텐데 비싼 바닐라 라떼를 시킨다. 아니 세상에 막내 직원이 내가 봐도 너무했다. 못 이기는 척하고 아메리카노가 아닌 그보다 더 비싼 바닐라 라떼를 시키는 상사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저렇게는 생활하지 말아야지 싶었다. 이런 게 바로 궁상이 아닌가 싶다.
그냥 궁상도 아니고 지지리 궁상이다. 물론 우리 회사 모든 상사가 저렇지는 않다. 요새는 밑에 직원들이 상사와 식사를 같이 안 하려고 하는 분위기라서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지금 나는 막내 직원을 벗어나 중간층에 있다. 밑에 직원들과 가끔씩 식사를 하면 내가 사야지 하고 계산을 한다. 옛말에 그런 말이 있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라는 말이다. 불필요한 오지랖과 잔소리를 넣어두고 지갑을 열어서 베풀어라 이런 뜻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말을 하면 대한민국 중장년층의 비난을 한 몸에 받을지 않을까 싶다. 단지 내 의견이 그렇다는 것이지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같이 간 사람들이 눈살이 찌푸려지게 까지는 궁상을 하지 말자. 궁상이 밉상이 되는 순간이다.
궁상이면 어떠한가, 알뜰까지는 아니어도 밉상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