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걷다 2 03화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물통이 깨졌다

안나푸르나 둘레 길을 걷다 #3. May 5 (트레킹 1일 차)

by 메이플

첫날밤에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했던지 어젯밤에는 일찍 곯아떨어졌다. 시차 적응이 안 된 탓인지 새벽 3시에 깨어, 가방 정리를 해놓고 해뜨기를 기다렸다. 어제는 하루 종일 이어폰을 쓰지 않아 몰랐는데 가방을 정리하다 보니 이이폰이 없었다. 카트만두 호텔에 두고 온 모양이었다. 떠나기 전에 카트만두에 며칠 있을 예정이지만, 이어폰을 찾으러 다시 그 호텔을 가게 될 거 같지는 않다.


아침 식사 시간이 여섯 시부터라고 들었는데, 여섯 시에 식당에 가보니 식사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옆방 아저씨도 나오고 서양 여자 둘도 나와 자리를 잡고 식사가 준비되기를 기다렸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에밀리도 가방을 들고 식당으로 와서 같이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가이드를 기다려도 오지 않고 출발시간인 일곱 시가 지났다. 혹시 해서 일층 로비로 내려가 보니 킴, 디와, 애니타는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내려올 줄 알았단다. 트레킹에 가져가지 않을 물건들과 귀중품은 게스트하우스 프런트에 맡기고 출발했다.


차를 타고 포카라를 떠나 두 시간쯤 달려 트레킹의 출발 지점인 Besisahar에 도착했다. 차는 우리를 내려놓고 다시 돌아갔다. 올라가는 길에는 점심 먹을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그 마을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한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열두 시에 트레킹을 시작했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걷다가 가끔 차도를 벗어나 트레일을 걷다가 다시 차도로 돌아오곤 했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오르막이라서 걷는 것은 어렵지는 않았는데 날씨는 더워서 힘들었다. 네팔은 위도가 낮아 아열대 기후여서 산 아래 평지는 더운 것 같다. 산으로 올라가면 추워질 것이다.


물을 마시고 물통을 배낭 옆주머니에 넣을 때 고리에 걸어 놓지 않고 걷다가 몸을 숙인 순간, 물병이 떨어져서 금이 가버렸다. 트레킹 하는 동안 물통이 없으면 안 되는데 첫날부터 이게 웬일이람! 앞으로 닷새 동안은 물통을 살만한 큰 동네가 없다고 해서 우선은 에밀리가 가지고 있던 덕테이프로 금 간 부분을 붙여 놓았다. 물통을 살 때까지는 견뎌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IMG_20170505_174940.jpg


트레일은 Marsyangdi River를 따라 이어지고 있다. 오후에 네 시간 동안 13킬로미터를 걸어 Ngadi Bazar마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마당에 서있는 입간판에 Aktivferien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게스트하우스 이름인지 잘 모르겠다. 독일어인 것처럼 보이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찾아보니 Aktivferien은 독일어로 active holiday 혹은 vacation이라는 뜻이다. 게스트하우스 이름으로는 딱이긴 했다.


씻고 옷도 좀 빨아 널고 차를 마시며 저녁 식사를 기다렸다. 앞마당이 넓고 꽃 여기저기 피어 있다. 마당의 정자 같은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트레킹 할 때 묵는 숙소를 보통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는데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티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트레커들에게 숙식을 같이 제공하고 낮에 밥 먹는 시간이 아니면 차만 마시며 쉬었다 가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만 걷는다고 하니까 오후는 좀 한가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일이 떠오른다. 아침에 일어나 배낭 꾸려 떠나고 걷다가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가다가 점심도 먹고 대개 오후 시간에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씻고 옷 빨래하고 좀 쉬다가 장 봐서 요리해서 먹거나 근처 식당에서 저녁 먹고 저녁 10시에 소등하면 자고 하는 일을 날마다 반복하면 한 달을 걸었다. 걷다 보면 잡생각도 줄어들고 단순해진다.

keyword
이전 02화포카라에서 쓰리 시스터즈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