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둘레 길을 걷다 #2. May 4
긴 비행으로 피곤했지만 시차 때문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선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울리는 카톡 소리에 깨어 다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참 뒤척거리다가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에는 직원들이 그때까지 자고 있는 중이었다.
조용히 그들을 지나 밖으로 나갔다. 호텔은 한 면은 도로로 접해 있지만 집과 집 사이에 공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허름한 집들 사이로 좁은 길들이 나있는 동네에 있었다. 밤에 올 때는 스산해 보였는데, 아침에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활발함이 동네를 감돌았다. 넓은 도로 건너편으로 공항이 바로 보였다.
동네에는 음식을 살만한 가게도 없고 식당도 안 보였다. 조금 돌아다녀 보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로비에 자던 사람들은 다 일어난 모양인지 로비는 그냥 호텔 로비가 되어 있었다. 뜨거운 물을 부탁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조금 후에 직원이 방으로 뜨거운 물을 가져다주었다. 아침은 비상용으로 가져온 컵라면을 먹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와, 공항이 바로 보이는 가까운 거리라 공항까지 걸어갔다. 길이 좋지 않아 가방을 끌고 가기는 쉽지 않았지만, 공항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국제선 공항 건물 옆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건물이 있었다.
국내선 공항에서도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포카라행 국내선을 예약한 예티 항공의 데스크에 탑승권을 받으러 갔다. 예약한 비행시간까지 두 시간 가까이 남아 있었다. 데스크에서 예약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떠나는 비행기에 빈자리가 있는데, 원하면 그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했다.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 탑승권을 받아 마지막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게이트에서 셔틀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 안에서 한국에서 온 젊은 여자 둘을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예약해둔 여행사 쓰리 시스터스 Three Sisters에서 도착시간에 공항으로 픽업을 올 예정이었는데 한 시간 일찍 도착해서 공항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셔틀버스에서 만난 친구들이 마침 네팔 유심이 있는 전화를 가지고 있어서 그 전화로 여행사에 전화해서 일찍 픽업을 와달라고 했다. 한국 친구들은 택시를 타고 떠나고 좀 기다리자 여행사에서 사람이 왔다. 여행사 차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와서 체크인을 했다. 게스트 하우스는 호수가를 따라 난 주 도로의 거의 끝부분에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쓰리 시스터스 여행사 사무실로 가서 트레킹 잔금을 미국 달러로 지불했다. 트레킹을 하는 18일 동안, 숙소, 식사비, 가이드와 포터 비용뿐 아니라, 출발 전후에 묵는 게스트 하우스 비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포카라 거리를 구경하며 걷다가 한국 친구들을 만나 같이 점심을 먹었다. 호수까지 갔다가 막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서니 스콜이 쏟아졌다.
네 시에 다시 여행사 사무실로 갔다. 게스트는 젊은 영국 여자 에밀리와 나 두 사람이고, 가이드는 킴이고, 게스트가 두 사람이라 두 명의 포터, 디와와 애니타가 갈 거라고 했다.
트레킹을 알아보다가 네팔 여행 가이드북에서 이 여행사를 발견했다. 네팔의 트레킹 가이드나 포터들은 대부분 남자들인데, 이 여행사는 여자 가이드와 포터들을 고용하는 곳이었다. 네팔처럼 여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나라에서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는 그 취지를 응원하고 싶어서 이 여행사를 선택했다. 더 싼 곳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트레킹 하는 동안에 우리 체력에 맞게 잘 진행해 주어서 비싸게 준 것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18일간 트레킹 일정에 관한 브리핑이 있은 후, 가져갈 물품을 점검했다. 게이트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필요하다고 해서 여행사에서 빌렸다. 침낭은 내 것을 가져갔기 때문에 빌리지 않았다. 트레킹 잔금 지불하고 남아 있던 미화도 환전을 하고 다 같이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