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둘레 길을 걷다 #1. May 3
밴쿠버에서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날아와 홍콩 공항에서 카트만두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옆 좌석에 앉은 미국 할머니는 부탄으로 간다고 했다. 부탄은 입국도 까다롭고 여행하기 편한 곳은 아닌데 혼자 그곳을 가는 할머니의 용기가 부러웠다. 매력적인 나라라는데 나도 언젠가 한 번 가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할머니처럼 나이 들어서도 계속 여행을 다니려면 건강해야지.
홍콩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식사가 두 번 나왔고, 홍콩 공항에서 기다리면서 완탕을 먹었는데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기에서 또 식사가 나왔다. 비행기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면 하루가 엄청 길어지고 하루에 밥을 네다섯 번은 먹어서 무슨 끼니를 먹고 있는지 헷갈린다. 아침 점심 저녁 저녁 야참쯤 될려나?
밥을 먹고 한참 졸고 나니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국제공항임에도 공항의 규모나 시설은 소박했다. 비자 서류를 미리 준비해 가서 비자를 받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호텔까지 택시를 타야 해서 미국 달러 100불을 네팔 루피로 환전을 하고 입국심사를 마쳤다. 그런데 짐을 찾으러 들어가기 위해 다시 보안검사를 받아야 했다. 가방을 찾아서 드디어 공항을 나오니 열 시가 넘은 시각이라 밖은 이미 캄캄했고 공항 앞도 한산했다.
포카라로 가는 국내선을 타야 하는데 늦은 밤에 도착해서 오늘은 갈 수 없다. 카트만두에서 하루를 묵고 내일 아침에 비행기를 타야 한다. 비행기 환승할 때는 대기 시간이 길어도 보통 공항에서 기다리는데 카트만두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카트만두 시내로 나가면 좀 괜찮은 숙소를 찾을 수 있겠지만,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공항 앞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지도에서 봤을 때는 공항 입구에서 길만 건너면 되는 곳이었지만, 밤이라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10분도 안 걸려 바로 호텔에 도착했다. 공항 앞인데도 생각보다 동네도 허름하고 호텔 외관도 허접했다. 호텔 로비에 들어가니, 로비에서 자리를 펴고 잠을 자던 사람들이 주섬주섬 길을 내어 주었다. 그 모습에 놀라서 잠시 다른 데로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밤에 다른 호텔을 찾아 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들어갔다. 로비에서 자던 사람 중의 하나가 일어나서 체크인을 받고,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