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둘레 길을 걷다 #4. May 6 (트레킹 2일 차)
어제 저녁을 먹고 나서 할 일도 없고 해서 일찍 자러 들어가 설핏 잠이 들었다. 자고 있던 에밀리가 열 시 반쯤 일어났다. 물 탓인지 음식 탓인지 배탈이 난 모양인지 약을 먹고도 토하고 설사를 하는지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화장실 앞이라 들락거리는 소리와 물 내리는 소리가 다 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옆방 사람이 들락거리는 소리도 벽을 타고 들려왔다. 집 외벽으로 사용된 함철이 기온이 내려가면서 수축하는지 탁탁거리는 소리가 밤새 계속되었다. 잠이 오지 않아 깬 상태로 밤새 뒤척이며 마음도 소란스러웠다.
해 뜰 무렵 일어나 배낭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는데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길래 비가 오려나 했다. 비올 때 걸으면 안경에 서리가 껴서 잘 안보이기 때문에 렌즈를 착용하고 출발했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흐린 날씨 탓인지 아니면 산으로 좀 올라와서 그런지 어제보다는 덜 더웠다.
일곱 시에 출발해서 댐을 지나고 강을 따라 계속 걸었다. Marsyangdi River는 안나푸르나 위쪽에서 발원하여 산을 둘러 흘러내리는 긴 강으로 우리가 걷는 트레일은 이 강을 따라 올라간다고 한다. 경사가 좀 있는 오르막을 올라서자, Bahundanda마을이 나타났다.
이 마을에는 트레킹 허가증을 검사하는 체크포인트가 있어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한 무리의 경찰이 내려와 광장에서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킴이 체크포인트에서 검사를 받는 동안 퍼질러 앉아서 경찰이 훈련을 하는 것을 구경했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강 건너편으로 계단식으로 된 논들이 펼쳐져 있었다. 강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걸었다. Ghermu라는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내려와 다리로 강을 건너 Syange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오늘 묵을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Bumerang이다. 부메랑이라고 지은 이유가 뭘까? 다시 돌아오라고? 이 곳에 묵는 게스트들이 다시 오는 일은 드물 것이다. 가이드와 포터들은 다음 손님과 함께 다시 오겠구나!
씻고 저녁 먹기 전까지 좀 잤다. 생수는 살만한 곳도 많이 없기도 하고 매번 사 마실 수도 없어서 수돗물을 받아 정수용 알약을 넣고 30분쯤 기다렸다가 마신다. 네팔 사람은 정수하지 않고 마셔도 괜찮은데 에밀리와 나는 번갈아 탈이 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물 갈아 마신 탓인 듯하다.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오늘 걸은 거리는 11킬로미터이고 다섯 시간 반 정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