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걷다 1 12화

어쩌다가 라스베가스

넓고 깊은 협곡을 걷다 #3

by 메이플

라스베가스라고 하면 스트립가에 늘어선 화려한 호텔과 카지노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아무것도 없던 사막 위에 오로지 도박을 위해 건설된 도시. 벨라지오 앞의 분수처럼 화려하고 카지노에는 한탕을 꿈꾸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런 라스베가스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Leaving the Las Vegas>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하도 오래전에 본 영화라 내용도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알코올 중독자인 주인공이 모든 것을 잃고 라스베가스에서 술이나 실컷 먹다 죽어야지 하고 와서 결국 죽는다. 라스베스가에서 만난 여자와의 사랑도 그를 술에서 건져주지는 못했다. 술에 취해 거리를 배회할 때의 라스베가스의 밤 풍경은 술 취한 것처럼 몽환적이었던 거 같다.


라스베가스에는 유명한 호텔도 많고, 호텔 안에 카지노, 식당, 아케이드, 쇼핑몰, 심지어 놀이기구도 있어서 관광객들을 호텔 구경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고 카지노는 관광객의 돈과 시간 어쩌면 인생까지도 빼앗는다. 두 번쯤 라스베가스에 가보았지만, 라스베가스에서 자란 사람을 알기 전까지는 라스베이거스에는 호텔과 카지노만 있는 줄 알았다. 라스베가스에는 관광객들의 도시만은 아니다. 는 보통 사람들도 이 도시에서 살아간다.


그랜드 캐넌을 가기 위해 라스베가스를 거쳐 가야 했다. 그랜드 캐넌에 가까운 도시는 플래그스태프 Flagstaff이지만, 밸링햄에서는 가기가 힘들었다. 라스베가스로 가는 비행기는 미국 어느 공항에서나 있고 가격도 싼 편이어서 왕복으로 25만 원쯤에 예약할 수 있었다.


출발하는 아침, 미국 국경을 넘어 밸링햄 공항에 도착했다. 밸링햄은 미국 국경을 넘으면 바로 있는 도시이다. 국경을 넘기 위해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장기 주차하는 곳에 차를 주차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공항은 자그맣고 조용했다. 체크인을 하는데 짐을 부치는 비용은 별도라고 했다. 저가의 미국 국내선은 대부분 짐 부치는 비용을 별도로 받는 것을 미리 확인을 못한 거였다. 무게 한도에 맞추어 배낭을 묶어서 개수를 줄인 후에 랩핑을 해서 체크인을 했다.


비행기는 소형이었고, 음료수 서비스도 없고 음식과 음료는 돈을 지불해야 했다. 한 시간 남짓 짧은 비행 끝에 라스베가스에 도착했고 넓은 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한참을 걸었다. 우리 배낭을 찾고 나서야 비행기에서 음료수를 사마신 A가 지갑을 비행기에서 흘린 것 같다고 말했다. 비행기는 아직 공항에 있을 테니 찾을 수 있을 거 같았지만, 어디에 가서 찾아봐 달라고 해야 할지 몰라 헤매다 타고 온 항공사 데스크를 찾아가서 지갑을 찾아봐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어디론가 연락을 해보더니 지갑을 찾을 수 없다는 했다. 다행히 여권은 따로 보관해두어서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일정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렌터카를 픽업해야 하는데, 픽업 장소는 셔틀버스를 타고 10여분 정도 가야 했다. 예약을 한 나와 운전을 할 S가 가서 차를 픽업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 공항에 있던 사람들과 짐을 싣고 라스베가스로 들어갔다.


점심은 가는 길에 어디든지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지만, 트레킹에 필요한 식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라스베가스에 가야 했다. 기왕이면 한국식품점에서 가려고 미리 위치를 확인해 두었다.


새벽에 출발하느라 아침도 못 먹고 나와서 다들 배가 고팠기 때문에, 먼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까운 한국 식당을 검색해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일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늘 넉넉하게 시간을 잡는데도 변수는 생긴다. 저녁을 먹기 전에 그랜드 캐넌의 캠핑장에 도착할 계획이었는데, 점심을 먹고 한국 식품점에 들러 식품을 구입하고 라스베가스를 떠날 때는 오후가 훌쩍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어쩌랴 되는대로 흘러가야지.


라스베가스에 도착해서 라스베가스가 아니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아무런 도시를 스치듯이 그렇게 라스베가스를 스쳐 지나서 그랜드 캐넌으로 출발했다.


Las Vegas는 '라스베이거스'가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맞지만, '라스베가스'로 썼다.


#라스베가스#그랜드 캐넌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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