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깊은 협곡을 걷다 #2
그랜드 캐넌에서 백패킹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등산 허가증 Permit을 받아야 한다. 시작하는 트레일헤드와 마치는 트레일헤드, 어떤 캠핑사이트에 잘 것인지 날짜별로 적어서 신청서를 작성해서 우편이나 팩스로 공원사무소로 보내야 한다. 신청서 접수는 트레킹 시작 날짜 4개월 전부터 가능하다. 공원사무소에서 신청한 날짜에 트레킹이 가능한지 아닌지 알려준다. 트레킹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으면 캠핑장 사용료를 지불하고 퍼밋을 받게 된다.
가장 인기 있는 루트는 림에서 림까지 Rim to Rim 종단하는 코스다. 노스 림 North Rim에서 시작해서 사우스 림 South Rim에서 끝낼 수도 있고, 사우스 림에서 시작해서 노스 림에서 끝낼 수도 있다. 이 코스의 어려움은 교통이다. 차를 노스 림에 주차하고 트레킹으로 사우스 림으로 오면 차를 가지러 다시 노스 림으로 가야 한다. 노스 림에서 사우스림까지 직선거리는 30마일 정도인데 도로를 따라 가면 300마일이 넘고 차로 5시간 이상 걸리고 교통편도 필요해진다. 아니면 누군가가 노스 림까지 태워주고 사우스림으로 태우러 와야 하는데, 미국에 연고도 없는 터라 이 코스는 일찌감치 선택에서 아웃되었다.
트레킹을 위한 루트 탐색을 시작했다. 교통편 때문에 사우스 림에서 시작해서 사우스 림으로 나오는 코스여야 하고, 너무 힘들지 않은 난이도 중 정도 되는 코스를 찾아 가이드북을 뒤졌다.
퍼밋을 받기 위해 신청한 트레킹 계획은 이랬다. 허밋 트레일 헤드 Hermit Trailhead에서 시작해서 허밋 트레일 Hermit Trail을 따라 콜로라도 강을 향해 내려가서 모뉴먼트 크릭 캠프 사이트 Monument Creek Campsite에서 첫날밤을 자고 톤토 트레일 Tonto Trail을 따라가며 솔트 크릭 캠프 사이트 Salt Creek Campsite에서 둘째 밤을 보내고, 인디언 가든 캠프장 Indian Garden Campground에서 하룻밤 더 자고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Bright Angel Trail로 사우스 림을 향해 올라가서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헤드 Bright Angel Trailhead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날짜였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애리조나가 더운 지역이기도 하고 그랜드 캐넌은 그늘을 찾기 힘들어서 트레킹 하는 동안 햇볕에 노출되어 있어야 하는 곳으로 여름이면 그야말로 불지옥에 가깝다고 했다. 하루에 4리터 이상의 물은 마셔야 한다는데 물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코스를 짤 때 물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도 미리 알아보아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일사병에 걸려 딱 죽기 좋은 곳이다. 봄이 트레킹 하기 가장 좋지만 그만큼 퍼밋을 받기도 어려워진다. 두 번 신청서를 보냈지만 실패했다. 봄에 퍼밋을 받기가 어려운 것 같아서 트레킹 날짜를 여름 쪽으로 밀었다. 6월에 신청한 세 번째 신청서로 드디어 퍼밋을 받았다. 제일 어렵게 받은 등산 허가증이었다.
그 일정을 중심으로 다른 일정들을 계획했다. 우선은 그랜드캐넌까지 가야 했다. 밴쿠버에서 바로 라스베가스로 가는 건 국제선이라 비싸기 때문에 비행기 삯을 아끼기 위해 차로 미국 국경을 넘어 벨링햄 공항으로 가서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가스에 가서 거기서 차를 렌트해서 그랜드 캐넌까지 가기로 했다. 그랜드 캐넌에 도착하면 저녁때라 사우스 림에 있는 마더 캠핑장 Mather Campground에 일박을 예약했다. 이 캠핑장은 워낙 규모가 큰 곳이라 예약이 어렵지 않았다.
트레킹을 끝내고 그랜드 캐넌 공원 안에 있는 호텔들은 숙박비가 비싸고 다시 캠핑장에서 자고 싶지 않아 세도나 Sedona로 가기로 했다. 그랜드 캐넌 공원에서 차로 서너 시간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 세도나는 붉은 사암으로 유명했다. 가는 날은 쉬고 다음날은 세도나를 돌아보기 위해 호텔을 이틀 예약했다. 비행기표도 사고, 라스베가스 공항에서 픽업할 수 있도록 렌터카도 예약을 했으니 이제 준비는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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