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미국의 서부 영화에는 이런 장면들이 흔히 등장한다. 말을 타고 협곡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평화로운 것 같지만, 살짝 긴장감이 감돈다. 협곡 위로 인디언들이 소리 없이 등장하여 이상한 함성을 지르며 총성이 울리고 협곡에서 말을 타고 가고 있던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총격전이 시작되고 협곡에 있는 사람이 불리한 위치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이길 것이라는 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땅에 원래부터 원주민들이 침략자 거나 공격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웨스턴이 이기는 것을 당연시하는 미국적인 시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협곡들은 이 세상이 아닌 곳 같았다. 미국 중서부를 여행하다 보면, 사막도 많고 협곡도 많다. 그 많고 많은 캐넌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 누구나 이름쯤은 알고 있는 그랜드 캐넌 Grand Canyon이다. 몇 년 전, 자동차로 미국의 유명한 국립공원 몇 군데를 돌았다. 옐로스톤 Yellowstone과 요세미티 Yosemite는 끝없이 넓고, 자이온 캐넌 Zion Canyon과 브라이스 캐넌 Bryce Canyon도 멋있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그랜드 캐넌은 그 이름대로 크고 웅장했다.
같이 여행하던 일행 중에 초등학생이 있어서 그랜드 캐넌에서 레인저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국립공원이 워낙 넓어서 여러 곳에서 가이드 투어가 진행되었다. 레인저가 협곡의 지질학적 중요성과 특징들을 설명해 주고 협곡으로 내려가면서 지질이나 돌들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가 참석한 투어는 허밋 레스트 Hermiet Rest에서 진행되는 것이었다. 그때는 8월의 한여름이어서 협곡으로 잠시 내려갔다 올라오는 그 짧은 시간도 무척 덥고 힘들었다.
그랜드 캐넌은 콜로라도 강 Colorado River을 따라 형성된 협곡으로 콜로라도 강의 길이가 446km나 되고 협곡 위에서 강까지의 깊이도 1600미터나 되는 엄청난 규모이다. 그랜드 캐넌을 보기 위해 갈 수 있는 곳은 몇 군데가 있지만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사우스림 South Rim이다. 그랜드 캐넌 빌리지 Grand Canyon Village의 전망대에서 콜로라도 강을 따라 펼쳐져 있는 협곡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란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압도적이지만, 그랜드 캐넌을 더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사우스림 그랜드 캐넌 빌리지에서 출발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가서 다른 각도에서 보이는 협곡을 구경할 수 있다. 셔틀버스 노선도 여러 개가 있고, 무료이다.
당일로 트레킹을 할 수도 있다. 림에서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트레일들이 많이 있다.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내려갈 때 조심해야 하지만 내려가는 것은 올라오는 것보다는 쉽기 때문에 생각 없이 많이 내려가지 않아야 한다. 그 길을 다시 올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트레일 입구에는 너무 많이 내려가지 말고 물을 꼭 지침 하라는 경고판이 있다. 콜로라도강까지 내려가는 건 꿈도 꾸지 마시길.. 하루 만에 내려갔다 올라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당일 트레킹은 퍼밋이 없어도 가능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헬기를 타고 협곡 위를 날아볼 수도 있다. 위에서 전지적 시점으로 협곡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면 이것도 꽤나 멋있는 경험이 될 것 같긴 하다. 여기까지는 당일로 가능한 코스다.
다른 방법은 콜로라도 강이 협곡으로 들어가는 리스 페리 Lees Ferry에서 배를 타고 래프팅으로 강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미드호까지 가는 데는 2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와우. 이건 한 번쯤 해보고 싶지만, 2주간 래프팅을 할 만큼 모험적이지는 않다.
그렇다면 도전해볼 만한 것은 백패킹이다. 그랜드 캐넌 국립공원 안에는 반나절이나 하루 안에 쉽게 다녀올 수 있는 트레일 코스는 물론이고 일주일 가까이 백패킹을 해야 하는 어려운 코스까지 다양한 트레킹 코스들이 있다. 당일 트래킹은 퍼밋이 필요 없지만, 림 아래에서 캠핑을 하려면 등산 허가증(Permit)을 받아야 한다. 퍼밋 받기가 쉽지 않아서 패키지에 퍼밋이 포함된 여행사의 패키지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패키지들은 가이드를 끼고 가는 것이 대부분이라 비싸서, 퍼밋을 직접 신청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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