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걷다 1 13화

협곡으로 내려가는 길

넓고 깊은 협곡을 걷다 #4

by 메이플

그랜드 캐넌 국립공원의 사우스 림 South Rim에 도착해서 그랜드 캐넌 빌리지 Grand Canyon Village에 있는 매더 캠프그라운드 Mather Campground에 도착했다. 매더 캠프그라운드는 RV차들이 훅업 해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사이트도 있고, 화장실에 샤워실까지 있는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은 곳이었다.


캠핑용 텐트를 칠 수 있는 장소를 보통 캠프사이트 campsite라고 하고, 여러 개의 캠프 사이트를 가지고 있고 화장실 같은 부대시설이 있는 곳을 캠프그라운드 campground라고 부른다. 캠프그라운드는 오토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큰 텐트와 여러 가지 장비들을 갖추고 캠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백패킹을 하면 캠프사이트가 몇 개 안되기 때문에 그냥 캠프사이트라고 부르는 곳에서 캠핑을 하게 된다. 텐트 패드도 없고 화장실도 없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곳에서는 야생동물을 주의해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곰이 가장 위험하다. 곰은 냄새를 잘 맡기 때문에 음식 냄새를 맡고 캠핑사이트로 내려온다. 그래서 캠핑에서 제일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 텐트 안에 음식을 두지 않고 곰 통에 넣거나 아니면 자루에 담아 곰들이 닿지 않을 높이로 나무에 매달아야 한다. 애리조나에는 곰은 없지만 야생동물들은 있기 때문에 음식은 잘 보관해야 하고 밤에도 작은 동물들이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텐트를 닫고 자야 안전하다는 것을 가이드북을 통해 알고 갔지만 캠프그라운드에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예정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매더 캠프그라운드에 도착했기 때문에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 캠핑 사이트로 가서 헤드 렌트를 켜고 텐트를 치고 늦은 저녁을 급하게 해결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산행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6월 애리조나의 밤은 기분 좋을 만큼 쌀쌀했다.


전날의 긴 여정으로 약간 피곤했지만, 트레킹을 앞둔 기대감으로 서둘러 아침을 먹고 텐트를 걷고, 배낭을 꾸렸다. 캠핑장을 떠나다가 차가 길 옆의 고랑으로 빠지면서 차 하단부에 살짝 스크래치가 났다. 렌트할 때 보험을 들긴 했지만, 살짝 심란해졌다. 이미 벌이진 일이니 어쩔 수 없고 산행은 떠나야 했다. 차를 산행을 끝내고 올라오는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헤드 Bright Angel Trailhead 근처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셔틀버스를 타고 허밋 레스트 트레일헤드 Hermit Rest Trailhead로 갔다. 이제는 자연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었다.


트레일헤드에서 허밋 트레일 Hermit Trail을 따라 6.4마일을 내려가면 갈림길 Junction이 나온다. 거기서 계속 가면 콜로라도 강에 도착하지만, 우리는 오른쪽으로 연결되는 톤토 트레일 Tonto Trail을 따라 2.3마일을 가서 모뉴먼트 크릭 캠프사이트 Monument Creek Campsite에 첫날밤을 묵을 예정이었다. 14킬로미터는 걸을만한 거리였지만, 첫날이라 백팩도 무겁고 5000피트 높이에서 시작해서 2000피트를 내려가야 했다.


처음부터 경사가 급한 내리막이라 빨리 내려가기 힘들어 조심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트레킹을 시작한 오전에는 많이 덥지 않았지만, 날은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트레일은 그늘이라곤 한 점 없이 햇볕에 노출되어서 쉴만한 곳이 없어서 쉬지도 못하고 계속 내려갔다. 오후의 태양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거 같았다. 점심도 못 먹고 지칠 대로 지쳤지만,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점심 때도 지나고 오후가 훌쩍 지난 시간에 드디어 내리막이 끝나고 정선이 나타났다. 왜 3월이 그랜드 캐넌 트레킹의 적기인지 알 것 같았다. 6월의 협곡 아래쪽은 너무 더웠다.

travel_120721 180.JPG Down hill of the Tontal Trail

갈림길에서 한 뼘만 한 그늘을 찾아 배낭을 풀고 점심을 먹었다. 내리막은 끝이 나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연결되는 톤토 트레일은 오르락내리락하며 이어지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점심을 먹고부터 걷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물을 계속 마시는데도 고산증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났다. 어지럽고 숨이 찼고 토가 올라왔다. 탈수와 일사병 뭐 그 근처까지 간 것 같았다. 그늘을 찾아서 한참을 드러누워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10분 이상을 계속 걷기 어려웠다. 되돌아 갈 수 없기 때문에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나머지 2.3마일을 걸었다.


캠핑장 사인이 나타나고 숲이 보이고 드디어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은 나무 그늘에 자리 잡고 있었고 바로 앞에 크릭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마지막이었는데 앞서 갔던 S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캠핑장으로 올 때 갈림길이 몇 번 나왔는데 갈림길에서 다른 쪽으로 간 모양이었다. 산행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 곧 찾아오겠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기다리다 걱정이 되어 앞쪽에 펼쳐져 있는 숲을 향해 소리쳐 불러보니 멀리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도 1시간도 더 지난 후에, 저 아래 길에 한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이고, 마침내 S가 캠핑장으로 들어섰다. 경험이 많아도 물도 다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헤매면서 엄청 힘들었던 모양인지 저녁도 먹지 않겠다고 하고 쓰러져 버렸다.


#그랜드 캐넌#트레킹#허밋 트레일#톤토 트레일#모뉴먼트 크릭 캠프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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